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곧 재개될 것 같았던 북미 실무협상이 아직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지만, 미국은 큰 도발이 아니라면서 위협의 정도를 격하하고 관리 모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한국의 보수세력들이 독자 핵개발과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핵무기에 대한 국제정치 질서는 소위 ‘핵확산방지조약’(NPT)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기존 핵보유국 이외의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하는 것에 대해 국제적으로 감시하고 허용하지 않는 협약이다. 물론 그 외의 핵무장 국가로 인도, 파키스탄 등이 있으며, 이스라엘은 자국의 핵무장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정책으로 사실상 핵무장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미국과의 특수한 관계로 그리고 인도, 파키스탄 등은 핵무장 당시의 특수한 국제정치 관계로 인해 핵무장을 사실상 용인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독자 핵무장이 현재의 NPT 체제에서 국제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까?
독자 핵무장 주장은 미국 등 강대국 중심 질서에 대한 전면적 부정에 가깝다. 따라서 이는 한미 동맹에 직접적인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한미 동맹이 가장 흔들렸던 때가 독자 핵무장을 은밀히 추진했던 박정희 대통령 집권 말기였다. 물론 필요하다면 한미 동맹에서 이탈을 감수하고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북한처럼 우리 역시 국제사회로부터 제재 대상이 됐을 때 우리가 이를 감내할 수 있을까? 게다가 우리의 독자 핵무장이 불러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만일 독자 핵무장 주장이 국제정치의 현실을 잘 모르고 한 것이라면 정치인으로서 자질 문제일 것이다. 반면에 알고도 한 것이라면 한미 동맹과 국제사회 제재에 대한 대안이 함께 제안돼야 한다. 단지 현 정권을 공격하기 위한 레토릭(수사)이 아니라면 그래야 한다. 우리는 현재 일본의 경제전쟁, 미중 무역전쟁, 중러의 안보 도발과 북한 핵문제 등 국제정치 질서의 전환기에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복합적인 위기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난국 타개를 위한 국가 전략 수립에 여야, 진보와 보수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어야 한다.
“논쟁과 설전에 병적인 열정”을 쏟게 되고, “시기와 분쟁과 중상과 못된 의심과 끊임없는 알력”(1티모 6,4-5)에 빠지는 것은 이제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 온 우리 정치의 모습이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성채를 지키고 길을 살피며 허리를 동여매고 힘을 모두 모아”(나훔 2,2)야 할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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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