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흔히 고해(苦海)라 표현된다. 말 뜻 그대로 「괴로운 인간세상」을 지칭하는 얘기다.
일반적으로는 만물의 영장이요, 종교적으로는 하느님의 모상(母像)을 타고난 귀하디 귀한 존재, 인간이 살고있는 이 세상이 고해로 지칭된다면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괴로운 인간세상」에 대한 인식은 오늘에 와서 더욱 강한 현실로 부각이 된다. 하루도 쉴 날이 없는 전쟁의 포성, 무차별한 테러. 한뼘 땅을 더 빼앗겠다는 인간들의 몸부림은 전쟁ㆍ테러라는 비극을 통해 곳곳에서 구체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평화의 사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10월 27일을 정해 제안한 「휴전의 날」바로 그날에도 전쟁의 포성ㆍ테러의 참호함은 결코 멈추질 않았다.
『전쟁 중인 전 세계 모든 이들이 10월 27일 휴전을 지킴으로써 그들 안에 어디엔가 하느님의 영광과 인간의 평화를 위해 가능한 한 조속히 무력 폭력을 끝내려는 갈망이 있다는 것을 증거하기를 빌어마지 않읍니다』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전쟁ㆍ테러ㆍ폭력의 소용돌이를 잠시라도 막아보자는 교황의 간곡한 제안이었지만 자국의 이익, 안보 등의 명분을 내세운 온갖 폭력을 단 하루조차 제지할 수 없었던 사실은 막다른 골목 앞에 선 일류의 모습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듯 했다.
그뿐인가. 국가와 국가사이의 전쟁도 전쟁이려니와 한 국가 안에서 자행되는 온갖 불의ㆍ폭력ㆍ테러ㆍ부조리 또한 「괴로운 인간세상」의 표본적인 양상들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좁혀질 수 없을 만큼 심화되는「부익부」「빈익빈」현상에서도 우리는 「고해(苦海)인 인간세상」의 한 단면을 발견할 수가 있다.
자기의 주장, 자기의 견해와 상반된다면 무조건 손을 내젖고 고개를 돌리는 미움 역시 고해일 수 밖에 없는 인간 세상을 씁쓸하게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 인간이 인류가 이지경이 되었을까.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드신 후『보시니 참 좋더라』하신 인간들이 이끌어온 이 세상이 어쩌다 여기까지 오고 말았을까.
어찌보면 캄캄한 앞날만이 우리를 맞을 듯한 두려움마저 돌기도 한다. 그러나 우린 역시 인간이다.
성경 말씀대로 하느님의 영혼을 나누어 받은 하느님의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때문에 우리에겐 어두운 현실을 밝음으로 바꾸어야할 막중한 책임 있다. 고해로 지칭되는 이 세상을 행복과 평화의 바다로 변화시켜야할 신성한 의무가 있는 것이다.
정묘년과 함께 시작되는「성체와 교회의해」, 우리에게 맡겨진 책임과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해나감으로써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이 사회의 인간화를 이룩해 나가자. 우리 안에서, 이웃 속에서 사회와 더불어「성체와 교회의 해」의미를 찾아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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