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스테파노 순교자 축일에 생긴 일이다. 김수환 추기경님 영명축하미사에 참석하고 대자와 함께 영화「쿼바디스」를 관람하려고 기다리는 중에 한 5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신들린 듯이 떠들며 가톨릭의 교리와 성직자들을 힐난하면서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이다. 같이 있던 교우들은 으레 그러려니 하는지 아니면 대적하기가 두려운지 몰라도 무관심해했다.
가만히 듣자하니 마리아 공경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과 가톨릭 교계(hierachy)에 대한 헐뜯음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았다. 옆 사람의 충고를 안하무인격으로 대하는 그 아주머니를 일단 진정시켜야겠기에 가장 낮은 음성으로 대꾸하면서 명동성당 현관 앞 성탄 구유앞으로 데리고 갔다.
처음에는 미친 사람이려니하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전혀 앞뒤가 안맞는 궤변신학(?)을 펼치는 그분을 단순히 멀리 보내기로 했었다. 하지만 끈질기게(이단종파 특징) 물고 늘어지면서 심지어 성서의 몇 귀절까지 들먹이면서-(역시 이단종파의 특징이다) 가톨릭을 헐뜯는데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그분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 졌다. 『한국에 예수가 탄생하기로 이사야 선지자가 얘기했다』고 주장한다. 다음 순간 회유책을 써서 이해하고 동감하는 시늉을 하니까 그제서야 만면에 웃음을 띄고 내심 즐거워하면서 자기의 소속 종파와 집회장소에 대한 영문판 팜플렛을 주며 구두약속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잖다. 고백성사를 볼 각오를 하고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하고 돌려보냈다. 『자세히 훑어보니 이름하여 영생교회(The eternal life church)라는 신흥 종파다』
소개 팜플렛이 전부 영자판이었다.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이 있기 때문에 지식을 그 교주가 자랑하려는 술책임을 직감했다. 대도시 복판에 장소를 마련하고 신자들을 유혹하니 인간적인 생각으로 걱정이 앞선다.
특히 올해는 「성체와 교회의 해」이다. 이단에 대항해서 교회의 정통성을 더욱 잘 지키기 위해서는 본당 신자교육이나 예비자 교리 중 이단종파에 대해서 특별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보면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말씀하시기를 『이단자들의 거짓주장이 신자들을 이끌어 신앙의 신비를 더욱 탐구하고 더 배우게 한다』고 하셨다. 그러니 가톨릭의 진리를 더욱 잘 알기 위해서도 이단은 연구되어야하며 평신도들도 적극 대처방안을 깨우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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