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을 하면서 신학생이란 이유로 나에게 주어진 의무는 군종병이라는 것이었다. 군종신부님이 계시지 않음은 물론이고 인근성당으로 미사참례 한번하기도 어려운 실정에서 더욱 힘들기만 한 군종활동이었지만 많은 것은 얻을 수 있었고 작은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인근성당의 신부님과 교유님들을 초청하여 선탄미사를 드리고, 첫 영세자들이 탄생했던 그날의 기쁨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조금씩 신자들과 예비자들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기쁨도 컸었지만 우리들만의 힘으로는 더 이상 교리서나 묵주 등 신앙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할 길이 없어서 무척곤란을 느끼다가 한번은 생활성서에 도움의 글을 낸 적이 있다. 그 글을 보내고도 그리 기대하지는 않았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사랑을 담은 정서를 보내와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매달 정성껏 모아온 생활성서를 몽땅 보내준 주부신자도 있었고 우리모임의 어려운 얘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20권의 성가책을 마련해 주시던 고마운 수녀님….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도움이 전달되어 지금은 오히려 우리들보다 더 어려운 공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큼 되었다.
그 무렵에 나는 공소예절을 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이리 저리 쫓겨 다녀야 하는 서글픈 처지(?)를 청산해 보고자 공소건립이라는,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거대한 계획에 착수했다. 이 근성당의 신부님과 상의하면서 이곳저곳으로 도움을 청하며 뛰어다녔지만 30평의 아담한 기도공간을 마련하기란 빈손의 우리들로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재만 확보하면 된다는 부대장님의 말씀도 있었지만 자금문제에서 조금의 진척도 없는 상황에서 거의 포기단계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즈음에 저 멀리 제주도의 어느 시골에서 한 자매님이 한통의 편지와 함께 묵주와 성서를 담은 소포를 보내왔다. 편지 첫 머리에는 이 말이 적혀 있었다『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루까1, 36)라는.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의 일을 하면서도 나약해 하고 망설여하던 자신을 매섭게 꾸짖으며 순간 또다시 힘을 되찾았다. 그리고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그 자매님께 참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지금은 조용히 기도를 하며 비록 작은 정성일지라도 뜻있는 분의 고마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백용수<전북 일심군 신평면 신평우체국 사서합366호 제2경비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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