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 소라야.
밖은 온통 라일락 향기로 뒤덮였다. 너랑 아빠랑 들판에 나가 구름이랑 풀들을 바라보고 싶지만 하루하루가 급급하니 참 힘들구나.
다른 엄마처럼 늘 함께 있지 못해 못내 미안하고 안쓰러운게 한두 가지가 아니란다.
그래서 오늘은 소라에게 엄마가 바라는 당부를 쓰려고 한단다.
일기나 편지로 불쑥 내던지는 너의 불쑥 내던지는 너의 불만에 사과하는 뜻이기도 하단다.
학교 공부하랴 피아노 배우랴 컴퓨터 하랴 힘들겠지만, 엄마의 마음은 소라가 이것들을 뚝딱 의젓하게 해치웠으면 참 좋겠어. 무엇보다도 즐겁게 배워가면서 말이야. 어떤 상황도 소라가 스스로 즐거워할 수 없으면 차라리 배우지 않는 것이 더 낫지 않겠니…?
깔끔하고 예쁜 너와 네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엄마와 아빠는 참 즐거워지지만, 엄마나 아빠가 정말 즐거워질 때는 네가 성당이나 학급에서 어려운 친구들과 어울리고 아껴주려고 할 때란다. 거리에서 거지소년을 데리고 왔을 때「엄마는 싫어했잖아요」라고 말한다면 글쎄 할 말을 잃겠지만….
『엄마, 성부는 하느님, 성자는 예수님, 그런데 성신은 누군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지?』너의 질문에 확실하고 정확한 대답을 들려주지 못하면서도 엄마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단다. 언제나 하느님께 묻고 희망을 거는 사람이 되어라.
엄마는 소라가 누구보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소녀로 자라주길 바란단다. 힘들어하시는 예수님께 나아가서 손수건을 드린 베로니까처럼 말이야. 지난번 수난극에서 네가 베로니카역을 말아 연습하는 걸 보면서 꼭 그렇게 자랄거라고 난 믿었단다.
마지막으로 소라야. 너는 엄마가 일찍 나가니까 학교 갈 때 챙겨주지 않아서 많이 속상하다고 했었지? 이젠 소라가 엄마를 친구처럼 도와주었으면 좋겠어. 저녁때는 내일 시간표ㆍ숙제를 미리미리 챙겨놓고 옷은 잘 개어 놓아라. 그리고 불량식품 사먹지 말고…. 10살에 맞는 이 어린이날에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란다.
박정애<부천 남구 소사3동2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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