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주님이 오시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밤, 11년 전에 작고하신 사랑하는 형 신부님을 꿈속에서 뵈었읍니다.
……나는 어느 빈소에서 연도(煉禱)를 드리고 있었읍니다. 그 빈소에 신부님의 시신이 뉘여 있었읍니다. 이때 신부님 몸에서 이상하게도 가냘픈 숨소리가 들려왔읍니다. 『신부님, 신부님, 저 요한이 예요. 요한이예요』하고 귀엣말로 속삭였읍니다. 그 순간 신부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보셨읍니다. 이때 나는 잠에서 깨어났고 꿈도 끝이 났읍니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꿈이었고 그리운 형 신부님이었기에 이 꿈이 내게 주고자하는 뜻을 헤아려 보고자 묵상하였읍니다. 형 신부님이 가신지 10주년을 맞은 85년 6월 7일, 세종로 성당에서 성대한 추도미사가 거행되었읍니다.
그날, 형 신부님을 추모하여 펴낸 추모집「崔命化 神父 生前의 그 모습」의 출판 기념회도 가질 수 있어서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읍니다. 그러나 내 마음에는 미진한 것이 남아있었읍니다. 그것은 형 신부님께서 25년간 신학교와 교회에서 사목하실 때 강론하신 유고를 정리해 책을 펴내야한다는 숙제였읍니다.
책 한권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터였지만 신부님께서 이 어려움을 극복케하는 힘과 용기를 주셨읍니다. 마침내 지난 가을, 대망했던 형 신부님의 유고집「내 영혼이 주님 안에서」가 출판되었읍니다.
이 책을 만드는 동안 늘 형 신부님과 함께 있음을 느끼곤 했으며 무슨 일을 하더라고 신부님의 보살핌으로 잘 이루어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읍니다.
나중에 그 『꿈』은 도대체 내게 무슨 뜻을 나타냄인가하고 헤아리는 동안 그것은 살아생전 신부님이 못다 하신 것을 아우인 내가 다소나마 그 소임을 감당한데 대해 위로하여 주신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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