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신년 하례식에서 참으로 좋은 덕담(德談)을 들었다. -『금년은 정묘년, 토끼의 해입니다. 토끼의 부지런함과 유순함을 배우는 일도 좋지만. 토끼처럼 그 큰 두 귀를 열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합시다. 자기 말만 앞세우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때, 주님의 가르침이신 일치는 저절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성직자와 수도자와 평신도가 서로 존경과 겸손을 바탕으로 서로를 받아들일때, 우리에게 필요한 일치가 이룩됩니다. 새해부터는 서로가 토끼처럼 큰 귀를 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합시다』
그렇다. 듣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탈무드의 가로침처럼 자기의 말을 적게 하고(하나의 임)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일(두 귀)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인 것이다. 가정에서의 불화를 보더라도, 그것은 식구들이 제 말만을 앞세우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어느 조직사회에서나 나라의 살림살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아랑곳하지 않고 제 말만을 큰소리로 부르짖기 때문에 응어리와 매듭이 풀리지 않아,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소망인 민주화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가진 자가 국민들과 야당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민주화의 주춧돌이 되는 언론의 자유도,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을 자유롭게 할수 있도록 언로(言路)를 막지않을 때 가능하다. 그리고 난 뒤에 그 말들을 새겨 듣고 막힌 것들을 풀어 나가야한다.
그런데 사실은, 제 말을 일단. 접어두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그것은 자신의 쥐뿔만한 자존심을 죽여야 하는 아픔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죽일 것은 죽여야 한다. 왜냐하면 내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 상대방의 인격을 짓밟는 것은 죄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자존심만큼 상대방의 인격도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새 날이 열리는 이 정초에 우리 모두 마음을 가다듬자. 두 귀를 열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마음을 비워 서로를 받아 들이자. 그것도 가진 자와 어른부터먼저. 그러면 우리 모두에게 축복이 있으리라.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