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아, 안녕.
벌써 5월이야. 너희들 모습처럼 싱싱한 주변이 상큼하다.
시험이 끝났지. 잘치뤘을까. 늘 시험, 시험, 보충수업…하며 불만을 토로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조금 한가할 땐, 『정말 하느님이 계신가요』『왜 그 친구는 내 건의를 몰라줄까요』『학교 선생님과 잘 지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요』라고 말하지 않았니. 가톨릭 신자로서 친구들 사이에서 하느님을 드러내야 하기에 하느님에의 확신을 갖고 싶어 하고,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사랑을 나누며 풍성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마음들.
하지만, 혜진인 얼마나 좋은 시간을 갖고 있는지 알기나하니?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본다면 국교시절까지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잖아. 그러나 사춘기 전후한 시기에는 네가 만나는 친구, 스승, 신앙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안다면 이런 만남을 감사와 은혜로움으로 느끼게 될꺼야.
친구들 만나는 기쁨과 좋아하는 신부님, 수녀님, 선생님을 만나는 즐거움 때문에 정작 주일학교를 통해서 얻어야 할 예수님 닮아가는 삶, 친구와 선생님, 수녀님에 의해 느껴지는 나눔, 사랑, 희생의 공동체 정신을 발견할 수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니. 의미를 부여하고 산다면 「어린왕자」에서 여우와 어린왕자의 만남처럼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영원한 것들이 될꺼야.
이런 생활이 연속된다면 삶에서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도 찾을 수 있게 될꺼야. 갓난애는 울음으로 모든 것을 알리고 해결하듯, 학생은 공부를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찾고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겠지.
정말 좋은 친구, 좋은 제자, 좋은 신자라면 그것은 돋보이는 자리일수록 여럿에게 유익을 미칠테이니까.
혜진아, 알고 있니. 스승은 언제나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말야. 너희들이 우리를 통해 우리를 딛고, 우리를 능가해서 멀리 보고 멀리 날을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껏 노력한다는 것을.
너희들이 우리가 초석을 놓은 세상에 좀 더 튼튼한 다리를 놓으라고 힘 모은다는 것을.
혜진아, 우린 언제나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그 시간을 산단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게 있니. 만나고 이별하고 그리고 자기의 길에서 성숙하게 되어있는 것을. 이렇게 함께 있을 때 잘해서 이 순간 우리들의 사랑과 기쁨의 나눔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확장해 우리의 먼 미래에까지 이어짐을 잊지 말고 살자꾸나.
늘 너희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으로부터.
구정화<서울 용산본당 주일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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