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지주가 포도원을 하나 만들고 울타리를 둘러치고는 그안에 포도즙을 짜는 큰 확을 파고 망대를 세웠다. 그리고는 그것을 소작인들에게 도지로 주고 멀리 떠나갔다』그후 포도철이 되자 주인은 세를 받아오라고 종들을 보냈더니 소작인들은 종들을 잡아 죽여버렸다. 마침내 자기 아들을 보냈더니 아들도 잡아죽였다.▼이때 포도원 주인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니『그 악한 자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제때에 도조를 바칠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원을 맡길 것입니다』고 사람들은 대답했다. 이 이야기는 마태오복음 21장33~42절의 내용이다. 이 시대에 주인은 국민이고 소작인은 경찰이요 주인의 아들은 박종철군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할 경찰이 주인의 생명과 재산을 노린다. 우리는 고양이에게 반찬가게를 맡겼단 말인가▼옛날에는「눈에는 눈귀에는 귀」라는 복수법이 허용되었다. 인간 생명은 하나밖에 없고 인생은 단 한번의 기회 뿐이다. 이 생명을 빼앗기고 나면 누구에게 되돌려받을 수 있나? 너무도 원통하고 절통하다. 그래서 원한이라도 남기지 않고자 속시원히 복수라도 허용했단 말인가. 이제 그 복수가 비인도적이라 하는데 하물며 고문이 웬말인가 ▼하나를 보면 열가지를 안다고, 고문을 자행한 경찰이 동료라고 해서 그들의 얼굴을 숨겨주는 경찰을 우리는 믿을 수 없다. 어떻게 그들이 진정으로 반성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랴! 잠시 세월이 흐르고 나면 역사는 되풀이 될 것을 믿는 그들의 아닌가. 그래서 과거도 더욱 의심스러워진다.「도둑에게 당할 것이냐 경찰에게 당할것이냐」그거만이 선택의 여지로 남는다. ▼박종철군의 죽음이 내각책임제하에서라면 내각총사퇴감이다. 그 부모와 유족들의 통한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으랴. 다만 이 사건이 이 땅에서 고문을 영원히 추방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만분의 일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으리라. 섣불리 변명하거나 호도하려는 발언일랑 엄두도 내지마라.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고문경찰도 문제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감독책임자가 더 밉다. 그래도 도둑은 잡아야하니까 하여튼 경찰을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만도 없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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