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되어진 어느 날, 밤늦게 허겁지겁 급한 요청을 접했다. 가끔 늦게 오는 연락은 분명 무슨 사연이 있기 마련, 꺼져가는 생명에 구원의 손길을 베풀어 달라는 전갈이었다. 주위 사람들과의 부담 없는 대화를 떨쳐버리고 주섬주섬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본인도 그렇고 주위사람들도 역시 소생 가망이 없으니 대세라도 베풀어 달라는 소원이었다. 흐르는 눈물 속에 베풀어 주시는 주님의 자비를 굳게 믿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 생명이 탄생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간 전과 다른 환자의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볼 때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 속에서도 특히 그녀의 감사와 회심의 진실을 지켜 보았다.
젊은 나이, 그것도 결혼 20일을 앞두고 이 여성은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한 채 급성 신장병으로 숨져갔다. 천사 같은 모습에서 마지막 남긴 그녀의 이야기는 또 다시 주위 사람들을 울렸다. 부모ㆍ형제 모두에게 당부의 말씀, 나의 죽음을 슬퍼하지 말아주십시오. 비록 이루지 못한 꿈을 품어 가진 채 세상을 하직하지만 언제나 웃었던 모습이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 늦게나마 얻어 만나게 된 하느님이 계심으로 나는 결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를 위한 길이라면 모두 열심히 하느님을 섬겨주십시오. 슬픈 모습의 제가 생각나거들랑 아예 나를 잊어 주십시오. 나도 여러분들을 그렇게 지켜보렵니다.
모두가 말이 없다. 흐르는 눈물 속에 오직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경청했다. 아마도 우리가 그토록 뵙고 싶었던 천사모습은 바로 여기 있었다. 주님의 뜻에 모든 것을 내 맡기고 믿는 그녀의 영혼은 너무나도 곱게만 보였다.
실로 주님의 특별한 섭리와 자비는 놀랄 변화를 보여주셨다. 그것도 세상 하직 불과 며칠사이에 마음만 있었지 선뜻 들어서지 못한 성당일지라도 그분은 병실에서 그녀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숨져갔다. 이제 아쉽고 슬픈 영결식이 아니라 하느님의 모습을 간직한 그대로의 그녀를 하느님께 되돌려 드리는 장례였다. 그 후로 신앙불모지 그 마을, 사람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착한 죽음이 가져다주는 결식은 너무도 뚜렷했다.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고 그 죽음은 곧 나의 죽음이 되기를 염원케 했다. 과연 주를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집을 떠난 다음에는 천국에서 영원한 거처가 마련 되리이다 라는 위령미사 감사송을 그대로 믿게 만들었다.
악한 죽음은 우리에게 불안과 불목을 가져다주지만 역시 착한 죽음은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 화목을 가져다주는 것임을 또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신은 하느님나라에 가까이 와 있습니다』(마르꼬 12, 34)라는 말씀이 새롭게 들려졌다. 주여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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