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보도를 통해 서울대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을 접한 순간 갑자기 앞에 캄캄해지고 현기증이 몰려왔다.
『상윤이는? 혹시 우리 상윤이도…』온갖 불길한 생각에 숨마저 마음대로 내쉬지 못했다.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고 면회신청이 받아들여지던 날, 철창사이로 비춰오는 녀석의 수척한 모습이 어찌 그리 반가왔던지 나도 모르게 『하느님 감사합니다. 우리 아들은 물 안 먹여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속으로 울먹였다.
돌아오는 길, 종로 4거리를 지나면서 할 수만 있다면 혼자서라도 피켓을 들고 시위라도 벌이고 싶었다.
정말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합니까? 내 자식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해서 이어미의 가슴에 커다란 못을 박는단 말입니까?
그날부터 아빠와 나는 매일 밤 상윤이, 종철이 그리고 모든 젊은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그 힘있는 어른들이 관용으로 「애들」을 감싸주기를.
면회할 때마다 부모들을 통해서 나오는 이야기.
『우리 아들 맞지나 않을까 정말 걱정이여요』바로 그 이야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손모아 빌고 싶다. 종철이 아버님께서 울부짖던 그 통곡이 어찌 그리 밤마다 머리맞대 외치는 우리 부부의 기도와도 같은지 자식 둔 부모는 똑같은 심정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이번 고문사건을, 이제는 더 이상 하느님께서 이세상의 불의를 용납하지 않으시려는 징표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어미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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