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월 6일 야마구찌시(山口市) 가메야마(銅山)에 들렀다. 이곳은 일본에 가톨릭교회가 최초로 전래된 장소여서 전부터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가메야마 동산(부산 용두산 크기만한) 아래, 넓은 대지에 하얗게 솟아있는「사비엘 교회」는 가톨릭교회 전래 4백 2주년 기념으로 1952년에 건립되었다. 현재의 교세는 7백명 정도이고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2백명, 평일에는 20~30명 정도라고한 안내자가 말했다. 쁘레시디움은 한 팀에 불과하고, 지난 한해 신 영세자 수는 단 두 명이라고 했다.
이 유서 깊은 우람한 성당에 이다지도 빈약한, 하느님의 자녀만 있다니 허탈감마저 들었다. 우리 부산교회와 형제자매를 생각하니 한없는 주의 사랑을 느끼게 했다.
본당을 맡고 계시는 스페인 출신 허새ㆍ안토니오ㆍ대ㆍ루나 신부님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그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신부님은 52년 동안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했으며 한국에도 가끔 왕래했기 때문에 한국교회의 실정도 잘 알고 계셨다.
최근 사비엘 교회가 관광객의 구경거리로 전락되고 있어서 다른 일본 교회들과 더불어 하느님의 교회로서는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하며 한국교회는 참으로 하느님의 축복받은 백성들이고, 하느님의 영광이 나타날 곳이라고 신부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부님과 헤어진 뒤 밤길을 걸으며 우리 한국 땅에는 지금도 하느님의 빛이 별처럼 반짝이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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