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그날이 다시 돌아왔다. 사람의 힘으로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아야할 그날이다 회상하기도 끔찍스럽고 돌이켜보기도 몸서리쳐지는 그날이다. 어느 누구도 반길리 없고 기다릴리 없건만 금년에도 어김없이 그날이 돌아왔다. 그래도 금년 5월도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깍아내는 아픔과 고통들로 뒤범벅이 되고 말았다. 못된 역사의 장난인가, 아니면 준엄한 역사의 판결인가 ▼왜 그날이오면 이다지도 가슴 답답하고 괴로운 것일까. 한두 해도 아니고 어느덧 아홉 해가 지나는데도 그날은 전혀 잊혀 지지 않고 더더욱 강렬하게 되살아나는 연유는 무엇인가. 정녕 그날은 잊혀 질 수 없는 날인가. 언제까지나 그날이 우리를 괴롭히고 우리의 숨통을 조이게만 내버려 둘 것인가 이처럼 화려하고 활기 넘치는 5월을 언제까지 가사(假死) 상태로 내던져 둘 것인가. ▼그날은 치유되어야한다. 그날 때문에 또다시 피를 흘리거나 절통의 피눈물을 쏟는 일은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한다. 그날 이후로 싹트고 악성적으로 번져온 한 핏줄 간 마음의 갈림도 하루속히 하나로 되 모아져야 한다. 그래서 그날의 악몽은 참 자유ㆍ민주의 꽃들로 피어나 그날이 자랑스럽고 영원히 기억될 이 민족의 경사 날로 빛나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자. 그날을 두고 정치적 협상이니, 타협이니 하는 말장난들일랑 그만 두자. 정권이나 정당의차원에서 얄팍히 계산된 속셈으로 그날의 아픔을 해결하려 아예 생각도 하지말자. 본심으로 그날을 아파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려는 겸허한 마음과 행동이 있어야할 것이다. 성서에도 「마음으로 뉘어치는 자」가 요서를 받들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교회는 용서와 사랑의 교회임을 자부하고 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하기 어려운 용서를 교회는 할 수 있어야하고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곳이 교회라야 할 것이다. 우리 시대 가장 긴요하고 절박한 용서와 사랑을 교회가 모범적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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