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이 대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뉴스라는 것이다. 듣고 보아도 별신통한 것이 없건만 그래도 듣지 않으면 궁금해서 바쁘다는 아우성속에서도 열심히 신문을 뒤적이고 뉴스시간이면 TV앞에 모인다.
요즘 우리 사회에 뉴스라는 것은 뭔가 잘 되어가는 것 보다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신뢰마저 깨뜨리는 것이 많아서, 사람들은 뉴스를 들으며 어떤 내일의 희망이나 신뢰를 키우기보다 불안과 분노를 느끼는 일이 더 많기에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소위 뉴스라는 것에 초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내면서도, 뉴스에 대한 갈증을 어디선가 풀고자 애쓰다 보니 교회 기관지나 활동을 통해 뉴스다운 뉴스를 접할 수 있는데, 근래 나는 두 가지 뉴스를 보고 들으며 흐뭇해하고 있다.
하나는 어떤 젊은 사제가 시작한 장애자들을 돕기 위한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평신도 자매들이 시작한 농촌 교회 돕기 운동이다. 여의치 못한 사회여건에 의해 아직 큰 관심의 대상이 못되고 있는 장애자들을 위한 복지시설 건립과 일반인들의 의식계발을 위해 시작된 이 운동은 많은 분들의 호응을 얻어 시설기반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얼마 전에는 정상인들이 장애자들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까지 개발할 만큼 발전해서 이웃사랑의 면모를 현실감 있게 증거하고 있다. 또한 농촌교회를 돕기 위한 모임은 몇 년 전 성모님의 마음을 닮은 몇 분의 평신도 자매들이 시작한 것이다.
이분들은 대단한 교육을 받은 분들도 아니고 우리가 성당에서 흔히 만들 수 있는 평범한 교우들인데 우연한 기회에 농촌 본당의 어려운 현실을 알게 되자 도와야겠다는 일념에 예수성심을 주보로 모시는 여러 교우들의 협조를 구하며 성의껏 농촌 본당과 공소를 돕기 시작했다. 이 모임은 치밀한 조직이나 규약이 없이 주먹구구식 열심 하나만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봉사하시는 분들의 열성이 대단하고 그 지향이 순수해서지금은 월례회 때마다 천명 이상이 모인다. 이때면 여러 교구의 신부님들이 오셔서 미사를 집전하시고 고백성사를 주시고 교유들은 나름대로의 정성을 모아 농촌 교회를 후원하는 모습이 성서에서 만날 수 있는 초대교회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이 모임이야말로 사랑의 나눔으로 영근 초교구적인 모임의 좋은 모델이며 누구나 주님 안에 나눌 마음만 있으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산 교훈을 주고 있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그래도 사회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은 나눔의 실천을 통해 불쌍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주님 섬기듯 돌보았기 때문이며, 다른종교 보다 상대적으로 복음적인 의미의 사회사업을 순수한 마음으로 더 많이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에 개최될 성체대회의 열기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으며 이 뜻 깊은 대회가 거창한 행사가 아닌 신앙쇄신의 의미 있는 식탁이 될 수 있도록 여러 차원에서 교육과 홍보가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회를 뜻 깊게 맞이하기 위해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모든 신자가정에서 나눔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너무 막연한 제안인지 몰라도-각 가정마다 주님을 실재적인 가족인 양 모시고 식탁을 차릴 때 예수님 수저 한 벌을 더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자는 것이다. 생활이 윤택치 못한 가정이라면 일인분 식비정도만 나누면 되겠고, 좀 여유가 있는 가정이라면 식비뿐 아니라 교육비 의료비 더 나아가서 저축하는 부분에서도 예수님 몫을 염두에 둔다면 그것은 마치누룩의 힘으로 부풀어진 밀가루반죽처럼 이 사회에 큰 희망의 표지가 될 것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비극은 나누기보다 움켜쥐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빼앗아 더 많이 가지는 것이 곧 성공이나 행복이란 착각에서 시작되었다.
평생을 흥청거리며 써도 남아돌아갈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벌이는 부정과 비리들은 차지하고라도 빼앗아 더 모으기 위해 인간적인 품위나 체면까지도 미련 없이 내동댕이치는 소위 저명인사들의 모습들이 심심찮게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크리스찬적인 나눔이란 연못에 던지는 돌맹이 하나처럼 부질없이 보일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교회역사를 통해, 이것이 사회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그리스찬에게 있어 나눔이란 단순한 자선의차원이 아니라 우리인간을 너무 사랑 하시기에 빵의 모습으로 자신을 온전히 주시는 예수님을 증거하고 나누는 신앙의 가장기본적인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성체대회를 계기로 모든 신자가정에서 부터 이 나눔 운동이 시작될 때 그동안 급성장으로 생긴 한국교회의 영적인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며 민족복음화를 향해 도약할 수 있는 저력을 축적하게 될 것이다. 그럴듯한 구호나 나팔소리에는 이제 식상한 현대인들에게 복음적인 매력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어떠한 형태든 사랑과 믿음을 나눔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이것이 또한 효과적인 선교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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