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자 본란 박귀업씨의「성직자 정치참여 안돼…」를 읽고 나름대로 소견을 적어봅니다.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해서 이 땅의 크리스찬은 닫힌 민중의 입을 열게 하고 못 보는 민중의 눈을 뜨게 하여 진실을 목격하게 하고 막힌 민중의 귀를 열어 기쁜 소식을 듣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빛의 역할을 하는 천주교신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세상이 불의로 가득차도 제 자신에게 되돌아올 불이익을 생각해 침묵만을 지키고 있는 우리들의 나약함에 비해, 진실을 알리고 정의를 이루기 위해 때로는 여기저기서 유영무형의 압력도 받고 심지어는 신체적 구속까지도 당하는 수난을 겪는 신부들을 보면서 난 늘 가슴 한 구석에 존경과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명예나 부를 위한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어떤 정치적 야심이 있어서도 아닌 단지 많은 사람들이 누려야할 자유와 진정한 평화를 얻기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일을 두고 신자들이 신부들의 정치 참여운운하며 못마땅해 하는 것을 보니 언짢아진다.
본연의 임무인 복음전파와 사목활동을 저버린 채 정치에만 매달리는 것도 아니고 다만 그릇된 정치나 언론기관의 거짓된 보도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조언쯤으로 빈다면 신부들의 정치 참여는 크게 볼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편찬한「오월 그날이 다시오면」이라는 사진책자와「광주사태 비디오」「대통령선거 컴퓨터조작설 발표」를 보고 천주교 사제단이 주장한 것에 신뢰가 간다면 종교에 무관심하던 가족ㆍ친구ㆍ친척들이 언젠가 종교를 갖게 되면 천주교를 택하겠다며 호의적인 이야기를 해온 것을 들은 나로서는 사제들의 정치참여를 보고 냉담자가 생겼다든가 타종교로 개종한다는 말은 정말 뜻밖이다. 나의 백 마디 말보다 신부들의 용감하고 희생적인 행동이 더 큰 전교효과를 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는 만큼 정치는 우리 앞의 현실이고 그릇된 정치가 아무런 제재 없이 펼쳐질 때 그 피해는 곧 우리가 입게 될 것이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비교적 초연한 신부님들의 순수한 마음과 기도로서의 정치참여는 우리의 현 정치상황으로 보아 필요하다고 본다.
농민들이 억울한 사연을 들고 성당을 찾고 노동자들이 그 누구도 마다하고 신부님을 노사분규 중재자로 모시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선 역시 천주교회가 한 가닥 희망이 아닌가 생각되며 구석지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웃들이 마지막 기대를 가지고 찾아와 본 교회가 그들을 무관심과 냉대로 맞이한다면 진정 복음은 누구에게 전하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신자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정치야 어떻게 되는 오직 하늘나라만 설교하라는 식의 비현실적인 주문만을 하지 말고 성직자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되게 끔 만드는 근본원인을 보고 그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시각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가 오늘의 현실을 수정하지 않으면 내일의 현실이 우리를 구속할 것이라는 말을 했듯이 이런 우리 신앙인들의 시각만이 성직자들의 정치참여 문제 뿐 아니라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의 불행을 예방할 것이라고 믿는다.
박아네스<광주시 동구 산수 2동 5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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