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서 목소리를 죽이고 떨리는 손으로 묵주를 쥐고 기도를 바치던 박해시대가 사라지면서 교회는 외형으로 드러나는 종교예식을 크게 거행하기 시작하였는데 천주교 신자들만 모여서 몰래하는 것과는 달리 가급적 미신자들이나 타종교신자들까지 초청하여 참여도 시키고 또 남들이 보도록 교회시설 밖에까지 나가서 좀 크게 거행하기도 한다.
근래에 와서 우리 한국교회는 전보다 비교적 대규모 행사를 자주, 여러 곳에서 매년 거행하고 있다. 그런데 행사요소 중에 그 중심적인 것은 대개 미사 즉 성체성사로 되어있고 미사전후에 갖가지 다채로운 부수적인 것이 첨가되고 있다. 모두가 시대교회와 지역교회의 상황에 적응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빈번히 또 크게 개최되는 교회내의 갖가지 행사성을 띤 성사거행이나 준성사의 성격을 띤 행사거행에 있어서 우리 모두가 함께 냉엄히 또 차분히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사람이 많이 모여야 무엇이 아주 잘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 성사나 행사가 「성대히」 거행되었느냐 하는 것보다는 「거룩히」 거행되었느냐하는 것이 사실은 더 중요한 것이다. 성사나 행사나 교회가 주최하고 주관하는 것이면 우선 「거룩히」 되어야한다. 그런데 「거룩히」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중의 하나는 이러한 성사거행의 기회를 「돈벌이 외 대목장」으로 삼는 상업 정신을 빼놓을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하는 성물판매나 또는 다른 판매행위도 문제지만 행사 주체자인 교회 자체가 아예 처음부터 「수입」을 목적으로 큰 모임을 주최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즉 「돈 벌기 위한」 계획이 처음부터 행사개최의 한 요소로 들어가 있을 때 우리는 이를 깊이반성하고 묵상하면서 교회정신에 맞게 바로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때로는 신자들을 강제 동원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자유가 보장된 성사거행이라야 한다. 또 무엇인가를 밖으로 과시하기 위한 성사거행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 모두가 조용히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또 꼭 유명한 사람들, 더 높은 사람들을 불러다 대야 무엇이 되는 듯한 경우도 없지 않다. 이제 한국교회는 외부행사거행에 있었어도 다각도로 재검토해서 「거룩한 성사」 「거룩한 행사」 거행을 실속 있게 다듬어나 갈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고승헌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수원교구 천진암본당주임 변기영 신부님께서 집필해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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