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눈을 본다는 것은 그것도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본다는것은 얼마나 큰 축복이냐. 지난번 첫눈이 내릴때는 출근길의 나도 망연히 서서 휘날리는 눈발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역시 진눈깨비였다. 비를 동반하지 않고 쏟아붓듯이 부산에도 그런눈이 한번쯤 왔으면, 그래서 내리는 족족 안타까이 사라질것이 아니라 발목을 덮으며 아이들의 발자국을 그네들 함성처럼 까마득히 찍어주었으면 싶다. 그날 아침 뜻밖에도 C로부터 전화가왔다. 나는 C를 본지도 오래 지않고 하길래 이건 무슨 치기인가 싶어 『웬일이야? 눈이 오지?』하였다.
그런 내말에는 아랑곳 않고 C는 오늘중 집의 수리문제 때문에 꼭 한번 들려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내심 섭섭하기 도했으나 무엇이 이토록 C를 절박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하였다.
C는 지금의 집을 구입한지는 2년이 채 못되고 그 나마 일년정도밖에 되지않는 새 집을 샀었는데 집을 수리 하려니 영 재료를 구할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집근처의 건축수리전문업자에게 견적을 받아보니 수리규모에 비하여 경비가 엄청나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랬구나 하고 나는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C더러 과할발전의 가속화는 건축재료 에도 예외는 아니라고 말하고 「과거」라는 개념이 옛날 지는 않아 적어도 건축에서는 일년이 멀다하고 새로운 자재가 개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타일이며 벽지며 못하나라도 일 이 년만 지나면 똑 같은 모양ㆍ색갈ㆍ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가령 욕실만 해도 그렇다. 변벽 타일의 일부분의 수리를 위해서 어떤 경우에는 욕실 전체의 타일을 다 갈아치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얼마나 큰 경제적 손실이랴.
이러한 수리가 한 두 군데가 아니고 살다보면 건물의 여러 곳에서 손 볼 데가 생겨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더구나 C의 집은 내가 듣기에는 흔히 말하는 장삿속으로 지은 집이 아니기에 망정이지, 만약 건물 자체가부실했을 경우에는 그 수리의 범위가 이만 저만이 아닐것이다.
나는 그런저런 경험으로 하여 신축할 경우 건축주에게 여분의 자재를 따로 조금 마련해 두도록 권한다.
훗날에 퍽 긴요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한상갑氏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한병우(건축가ㆍ 건축사사무소 자유그룹운영)氏께서 집필해 주시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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