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바닷가 선창에 기대어 뭘 생각하나
머얼리 수평선 넘어로 아롱거리는
일엽편주(一葉片舟)의 외로운 항해
지난날의 시름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는데
저 사라호 태풍(颱風)이 몰고 온
너무나도 커다란 상흔(傷痕)은
악몽(惡夢)의 기억(記憶)속에서
썰물에 흘려 보내리
한(恨)이 서린 어부의 피맺힌 상처를
씻어주기엔 아직도 먼 훗날의 얘기인 것을
날아드는 갈매기소리 그때처럼 변함없이
다정하게 귓전에 들려오는 바닷가에서.
II
풍어(豊漁)의 깃발을 드높이 달고
만선(滿船)의 감격을 마음과 맘으로 이어져
서로가 얼사 안고 흥겨운 어깨춤
꽹과리 장단맞춰 너도 나도 덩실 덩실
얼씨구 두둥실 절씨구 두둥실
흥청이던 파시(波市)는 다시오지 않으련가?
생선비린내 물씬하던 파시의 정취도
아련한 추억인양 이제엔 볼 수 없고
그때 그 바닷가엔 인심도 간데없이
고기떼 찾아 울어대는 갈매기만 넘나들고
정겨운 바람소리 물새소리 파도소리만
한데 어우러져 자그마한 포구(浦口)에
끝이 없이 메아리진다.
고종옥<서울시 성동구 응봉동19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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