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이 동물을 애호하는 습성은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다. 동물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사랑을 받는 것은 아마도 개(犬)가 아닐까 싶다. 그네들이 개한테 쏟는 애정을 보면 과연 자기를 낳아준 부모나 자기가 낳은 자식에게도 저처럼 대해줄까 의문이 날 정도다. 개를 사람과 꼭 같은 잠자리에 재우고 온갖 시중을 들어주며서 목욕시키고 빗질해주고 향수도 뿌려준다. 외출 때는 걸리기가 애처로워서인지 품속에 안고 다니고 차를 타면 운전석 옆자리에 언제나 개자리로 정해져있다. ▼이런 사람들 눈에 한국인들의 이미지는 말할 수 없을 만큼 불쾌하고 혐오스럽기까지 한 모양이다. 어떻게 개를 잡아먹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을 가본 한국인들 중에는 개 얘기만 나오면 본의 아닌 수난을 겪기도 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도 애완용 개는 절대로 먹 않고 식용견이 따로 있다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입씨름을 하다하다 결국에는『개는 그토록 애지중지 모시는 사람들이 늙은 부모는 아파트에 처박아놓고 일 년에 한 번도 찾아볼까 말까하는「개보다 못한 사람들」』이란 감정싸움까지 번진 사례도 있었다고 들었다. ▼개 얘기가 나왔으니 생각나는 우리 속담이 있다. 「똥 묻은 개가 겨 문은 개를 나무란다」는 말이다. 피차 얼굴에 이물질이 묻어있는데도 제 얼굴을 보지못하니 상대방을 험담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구린내를 몹시 풍기는 놈이 제 꼴을 덮어두고 견공(犬公)으로서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겨 묻은 것은 입방아 찧는 것이다. 아마 똥 묻은 개한테 거울을 보여준다면 말문을 닫을 지도 모르겠다. ▼요즘 서점가에서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비리를 파헤치는 서류(書類)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단다. 또 폭로를 잘하는 사람의 유명세가 계속 높아간단다. 잘못된 것을 끄집어내어 잘되도록 계도하는 일은 언제라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거울은 보지 않는다면 개보다 나은 사람은 못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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