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산하 기관인 북한선교위원회에서는 최근 통일사목 연구소를 설립하여 그 본격적 활동에 착수하였다. 교회는 최근에 이르러 민족의 화해와 재일치에 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70년대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표명되기 시작했던 이 관심의 연장에서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 선교를 추진하는 전문적 기구가 설립되었고, 오늘에 이르러 본격적 연구기관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사목연구소의 설립은 통일문제에 대한 교회의 지속적 관심의 결실이며, 복음정신에 입각하여 민족의 화해와 재일치에 기여하고자 하는 결의의 표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연구소의 발족은 현대한국교회사에 상당한 의미를 던져줄 수 있는 일로 생각된다.
민족의 분단은 한국현대사의 비극이었다. 분단의 과정에서 우리민족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체험했고, 휴전이후에도 남북한에서는 비복음적(非福音的)이요 비인간적(非人間的)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동안 남북한의 집권자들은 민족구성원의 한 부분에 대한 집단증오심을 조장하는 행위에 일삼았으며, 분담이란 상황을 이용하여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탄압하는, 자신들의 독재를 합리화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민족의 동질성은 파괴되어 나갔고, 남북한의 한민족은 반그리스도교적인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해 왔다. 그리고 민족통일에 관해 문제는 공작과 정략의 차원에서 논의되었고, 정복과 유혈을 당연시하는 입장에서 거론되었던 것이다.
민족의 분단으로 인하여 우리의 교회도 남북의 분단을 체험했다. 치열한 전쟁의 과정에서 교회는 민족과 함께 많은 아픔과 손실을 겪어야 했다. 분단체제가 고정됨으로써 우리 교회는 신앙의 기쁨을 터놓고 고백하지 못하는 형제들을 갖게 되었으며, 인간에 대한 증오가 서린 옳지 못한 판단에도 한동안 입을 다물어 왔다. 그러나 우리 신앙의 본질은 사랑과 화해와 일치였다. 이 신앙의 본질에서 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남북한의 모든 형제들에게 사랑의 가르침을 선포해야 한다는 자신의 복음적 사명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교회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재일치를 지향하는 통일사목에 대한 본격적 관심을 이 연구소의 설립을 통해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민족의 통일에 관한 문제는정치문제로만 제한될 수는 없다. 우리는 통일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 차원으로 국한되어 공작과 정략의 일환으로 운용되었던 지난날의 문제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은 전체 민족의 문제로서, 민족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통일에 관한 문제는 한민족의 소망을 집계하여 표현하는 민족운동의 차원에서 거론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현대사를 살펴볼 때 지난날 우리민족은 외세의 침략에 저항하여 자주적 국가를 이루려는 민족운동을 전개해 왔다. 또한 국가를 다시 찾은 이후 민족운동의 에너지는 민주주의를 이루려는 노력으로 발현되었다. 그리고 이 운동은 민족의 통일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정립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을 위한 노력은 민족운동의 올바른 맥락에선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교회는 민족을 복음화하여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민족의 올바른 소망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민족운동의 올바른 맥락에 설 때 민족에 대한 교회의 봉사는 극대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치단체가 아닌 교회가 민족구성원의 일부로서 통일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일이다. 여기에서 통일사목연구소의 연구 활동에 거는 우리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통일사목연구소에서는 앞으로 민족의 재 일치에 대한 신자들의관심을 높이고 분단된 민족집단 내에 존재하는 통일저해의 요소들을 복음적 시각에서 바로잡아주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이 땅에 민족의 평화를 정착시켜 지상의 평화를 성취하는 데에 기여해주기를 바라다. 이를 위해서는 통일신학, 평화신학에 관한 본격적 연구를 수행해 나가야할 것이다. 또한, 통일사목연구소에서는 신앙인의차원에서 민족의 재 일치를 촉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연구가들의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통일에 대한 민족과 신자들의 보편적 관심을 수렴하여 체계화할 수 있는 능력은 전문연구가들에게만 있는 것이다. 연구가는 하루아침에 나올 수 없는 것이며 꾸준한 관심과 노력에 의해서만 키워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연구소에서는 젊은 연구가를 발굴하여 지원하고 양성하는 일에 주저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한편, 교회 당국에서도 이 연구소에 대한 인적ㆍ물적 지원을 항구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연구소의 운영을 몇몇 성직자와 연구가의 손에만 맡길 수는 없다. 그들의 관심과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에 마땅한 지원방안이 확고하게 수립되어야한다. 민족의 화해가 교회의 미래와 크게 관계되는 것이라면, 민족의 재 일치를 연구하는 사람과 기관에 대한 교회의지원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통일사목연구소의 출범은 민족의 재 일치와 복음의 선포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민족의 재 일치를 위한 성사적(聖事的)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민족사의 발전에 대한 한국교회의 책임을 스스로 확인한 쾌거이다 이 연구소가 많은 연구업적을 추적하여 민족의 복음화에 기여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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