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교단이 1987년 공동사목 지표를「성체와 교회의 해」로 제정, 시행한 것이 이미 두 달이 넘었다. 그러나「성체와 교회의 해」를 맞아 한국 주교단 공동명의의 사목교서가 발표되고, 각 교구별로 구체적인 실천사항이 제시되고는 있으나 신자들이 과연「성체와 교회의 해」에 대한 개념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성체와 교회의 해」는 지난해「성체와 가정의 해」에 이어 설정된 것으로서 성체신심에 대한 연속성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주제의 개념에 대한 모호성 때문에 이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추진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됐었다.
실제로 금년도 주교단 공동사목교서를 바탕으로 계획된 각 교구별 사목지침, 그리고 각 본당별 실천사항을 보면 지난해「성체와 가정의 해」와 대동소이하다는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주교단이 향후 언제까지 공동으로 연두 사목교서를 발표할지는 모르겠으나 주제의 연속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주제의 개념이 누구에게나 쉽게 떠올려지고, 구체적으로 활동을 추진하기에 용이하도록 하는데에 주안점을 두었으면 한다.
그리고 수년전부터 주교단 공동 사목교서 발표 일자를 교회력에 준거하여 매년 발표하고 있는데 이 문제도 재고돼야 할 것으로 보여 진다.
교회력의 새해는 매년 11월말이나 12월초에 시작되기 때문에 양력으로는 한 달 정도의 차이가 난다.
그런데 대부분의 본당을 비롯 기관ㆍ단체들이 양력을 기준으로 하여 전년도 결산을 하고 새해 계획을 수립,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력에 의한 새해 사목교서는 현실감이 적을 뿐 아니라 새해 사목교서로서의 중요성마저 상실하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한다고 생각된다.
교회력은 어디까지나 전례력이기에 신년도 사목교서의 발표 일자를 전례력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새해 1월 1일자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주교단은 1987년「성체와 교회의해」공동사목교서 서문을 통해『가정을 교회와 연결시켜 교회의 근본적 삶의 방법을 성체 신비 속에서 발견하고, 올바른 교회의 모습을 확고히 다짐으로써 사회 안에서 교회의 밝고 참신한 모습, 미래 지향적이며 희망적인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구원의 공동체」를 형성하자는데 뜻을 두고 있다』는 말로「성체와 교회의해 」에 대한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있다.
우리는 공동 사목교서 서문의 내용을 음미하면서「성체와 교회의 해」를 맞아 성체신심 고양에도 노력하여야겠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체의 신비가 교시하는 희생과 나눔의 정신을 단위 교회차원에서 적극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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