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본당교우 몇분이 어느 수도원에 봉사를 하러가신다기에 관심을 갖고 따라나선 적이 있었다.
따라가며 생각한 수도원의 이미지는 깨끗하고 단정한 건물 속에 침묵이 감돌고 수사님들은 수도복을 가리워져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겠지 했는데…
동인천역을 지나 허름한 골목을 들어선 우리 앞에는 초라한 무허가 건물의 낡은 지붕아래 수도원 푯말 하나가 걸려있을 뿐인 작은 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얼기 설기 맞물려 놓은 각목들이 금시라도 내려앉아 버릴 것 같은 허름한 무허가 건물 속에서 젊은 수사님이 우리를 반겨주신다.
성체를 모시는 작고 어둑한 골방에서 잠시 기도를 드리고 나와보니 아랫방에서는 육신이 성치 못하고 갈 곳도 없이 버려진 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사님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젊은 수사님들이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환자들의 시중도 들어 드리면서 수도복도 입지 않은채 그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이었다.
참으로 진정한 사랑이 없이는 견뎌낼 수 없는 것 같은 생활이었다.
잠시 앉아서 이부자리를 꿰매는데도 솜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를 참을 수 없었다. 인내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전 생애를 바쳐 살아가는 분들이 여기 있음을 생각하니 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것이었다. 조금 있으니까 그곳의 막내 수사님을 찾아 어머니가 오셨다. 흡사 딸을 찾아오는 친정 어머니처럼 오밀조밀 무언가를 꾸려서 들고 오셨는데 그 속에는 미역 한꾸러미, 마늘 한뭉치, 마른 반찬 등이 가득했고, 속 주머니에서 는 봉투를 하나 꺼내 말없이 올려놓는다.
『이건 원장 수사님 드리고 여기 반찬거리는 잘 요리해서 저 분들 드려라. 나, 집에서 몰래 나왔으니 빨리 갈테다』꾸부정한 허리를 추스르며 아드님의 얼굴을 외면한 채 앉아 볼틈도 없이 떠나가는 늙은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남루한 옷차림이었음에도 그 어머님의 얼굴은 깊게 패인 주름과 함께 사랑으로 가득한 환한 모습이었다. 아드님을 보내고 고통을 승화시킨 어머님의 얼굴,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급히 떠나는 그 어머님의 뒷모습에서 나는 진정한 사랑, 커다란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다.
시댁의 모든 식구들이 불교신자이고 8남매라는 많은 형제들이 하나같이, 게다가 가까운 친척까지도 거의 다 불교신자인 시댁 속에서 외로이 영세를 받았던 나였기에 항상 외로움이 적지 않았는데 그곳에서 받았던 감동으로 인해 나는 외롭지 않게 되었다.
그 어머님처럼 커다란 사랑을 실천하지는 못한다 해도 작은 사랑이나마 꾸준히 실천해서 나는 늘 푸른 잎처럼 살리라고 마음을 굳혔다.
그 수도원의 가족들과 그 늙으신 어머니를 위해 기도를 드리고 싶은 아침에 창밖에는 너무도 많은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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