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5월 22일 남편이 주님의 자녀가 되었다.
결혼 10년 만에 그 어떤 선물보다도 더 큰 선물을 받은 나는 결정을 내린 남편에게 이렇게 외쳤다.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습니다!』평소 불교의 심오한 경지를 무척 갈구하던 남편은 천주교 신자가 아닌 그 자체로도 35년 동안이나 신자였던 나보다 훨씬 정신세계가 맑았다. 금상첨화, 주님은 당신의 도구로써 남편을 자녀로 만드셨고 딸 수연과 아들 래구도 동기동창 자녀가 되어 남편은 대건 안드레아 딸은 데레사, 아들은 바오로가 되어 다시 탄생됨을 맛보았다
불교집안으로 시집와서 시어머니를 모신 4년 동안 공개적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고 어쩌다 한 번씩 몰래 빠져 참석하는 미사 시간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범벅이었다. 착하고 성실한 남편을 낳은 시어머님께서도 역시 좋은 분이셨지만 종교에는 왜 그리 아집이 크셨는지. 결혼 전 모든 일에 너무도 자신만만했던 나는 결혼 초부터 닥치기 시작한 종교탄압(?), 사업실패로 인한 열악의 시간… 이루 헤아릴 수없는 모든 것은 인간의 한계성과 무력함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허지만 언제나 주님은 그 고통과 함께 계셨고 장롱 깊이 누워계시던 성모 마리아 상이 밝은 빛을 받을 수가 있을 때쯤 주님은 서서히, 참으로 서서히 고통의 나락에서 빼내 주셨다. 세월이 흐른 후 짬짬이 묵상할 때 불필요한 자존심이랑 아예 뭉개 버리고 또한 사회 여러 가지 면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하여 더 큰 그릇으로 만드시려는 주님의 뜻이 계셨음에 재삼 놀라울 뿐이다. 아내와의 빈틈없는 결속을 위해 과감히 결정을 내린 하늘 아래 둘도 없는 내 남편, 대건 안드레아님에게 감사하며 강의 기간 동안 계속 관심 버리지 않으셨던 안또니아 수녀님께도 큰 절 드린다.
정국희<경남 거제군 남부면 저구리 45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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