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무슨 꽃이니?』
아파트 일층 베란다를 타고 올라가는 나팔꽃을 가리켰다. 파아란 꽃 한 송이를 꺾어 딸아이 손에 쥐어주면서 물었다. 아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나…팔…꽃』그리고 곧 중얼거리기 시작 한다. 『간석 국민 학교미…도…파압 사이오에 공육육이』이라던가『삼양조 하압고옹사인천시 남구 구워동 후문엽』아이는 전화 기록부에 인쇄된 공공 기관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외워서 중얼 거리는 것이다.
정확하게 오전 9시 15분쯤이면「예림학교 정박아 교육기관」이란 검은 고딕체글씨로 쓰여 진 대형 버스가 멎으며 버스 문이 스스로 열린다.
몽고리즘 아이인 병조, 열네 살이나 된 자폐아 진욱이, 그리고 우리 딸아이가 올라탄다.
『제발 좀 저놈의 차에다 정신박약이란 글자 빼놓았으면 좋겠네!』
나이 보다 겉늙어 보이는 병조 엄마가 한마디 하면 이어서『아, 글쎄 말이야. 보면 모르나 병신 새끼들만 타고 있는 걸…』진욱 엄마가 힘없이 소리친다.
우리 아이는 올해 열 살의「자폐아」이다. 신문이나 TV에서 간단히 보도되고 있는 자폐아란 유아 정신질환의 하나로 기존하는 나쁜 환경 때문에 발병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점점 뇌기능에 이상이 오는 것이라는 사실이 연구에 의해 발표되고 있다.
아이의 생김새는 눈이 크고 짙은 눈썹을 가졌다. 동그란 얼굴에 키나 살집이 그 또래의 아이들과 다름없이 예쁘고 건강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초점 없는 눈동자를 하고 있고 상대방의 눈 맞히기를 피하며 어색한 행동이 표가 난다.
언어와 행동 장애를 일으키며 대인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현저한 사회성 부족으로 늘 혼자 있게 된다. 두 살이 되도록 해야 될 말을 못하고 대소변을 못 가리며 괴성을 지르거나 TV만을 주시해서 보고 이상한 행동을 하였다. 아무리 큰 소리로 아이를 불러도 뒤돌아보지 않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귀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여 청력 검사를 제일 먼저 해보았다.
아이가 4살 때부터 큰 병원에 다니기 시작 하였다. 모 소아 정신과 선생님으로 부터「자폐기질을 가진 아이」란 소릴 듣게 되었다.
『현진이는 일찍 발견 하였으니 치료하고 교육 받으면 정상적으로 유치원에 들어 갈 수 있겠네요』
그로부터 치료와 교육이 시작 되었다. 인천에서 서울 자폐아 연구소까지 딸아이는 걸리고 동생은 등에 업고 버스와 전철에 시달리면서 6개월 동안 빠지는 날 없이 열심히 다녔었다. 그때에 딸아이는 괴성에서 멜로디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가끔씩『싫어』라든가 『안 먹어!』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 후 인천부평에 있는「엠마누엘」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도 수녀님께서 아이에게 뇌기능 통합훈련으로 대근육과 소근육 운동, 기초훈련을 열심히 가르쳤다.
또 아이를 쓰기, 색칠하기 간단한 사물명사 익히기를 할 줄 알았다. 말도 조금씩 하기 시작 하였다.
『현진아 어디 있니?』라고 물으면 저도 그대로 따라서 『현진아 어디 있니?』되풀이 대답을 하는 앵무새 언어를 하기 시작하였다.
딸아이는 특수교육 6년이란 세월을 청산하고 소아정신과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다. 오랫동안 훈련받은 결과인지 점점 변화가 일기 시작하여 아이는 상당히 좋아졌다. 말의 횟수도 늘고『시간 늦었어』라든가『이따가 봐』등 제대로 된 말을 구사 할 줄 알았다. 산만행동도 줄어들고 정리 정돈, 글씨쓰기, 그림그리기를 나름대로 명확하게 할 줄 알게 되었다. 더 기대해 볼만큼 좋아졌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올바른 이식 부족으로 일반 학교에서 자폐아를 냉대하고 있으며 심지어 특수학교로 쫓아내기까지 하는 것이다.
특수학교에서도 자폐아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형편으로 사실상 자폐아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교육현실이다.
지금도 우리 아이는 맑고 티 없는 영혼의 소유자로 살아가 고있다. 때 묻기 쉽고 악에 빠지기 쉬운 내게 오직 순수함만을 일깨워주는 좋은 스승이 되기도 한다.
오, 주여 우리 모든 자폐아들에게 밝은 날이 오기를 기도드립니다.
이충실<인천시 남구 구월동 주공APT 208동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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