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 가면 꽤 오래된「해인성지」라는 글이 새겨진 석주표를 볼 수 있다. 한국불교계에서는 불국사 법주사 통도사 송광사 해인사를 오대사찰 또는 오대성지라고도 부른다. 단군교나 한얼교 계통의 민족종교계에서는 강화도의 마니산을 성지라고 부르며 원불교에서도 법성포의 영산지역 원불교 출발지를 성지라고 부르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의 현충사 참배순례행군을「조국의 성지순례대행진」이라고 부른다. 성지라는 단어는 거룩한 곳을 가리키는 퍽 오래된 우리말이다. 1920년대의 경향잡지에서는 국내 성지들을 성지라고 부르고 있으니 한국천주교회가 반세기이상 써 오고 있는 단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스라엘 땅만이 성지이고 국내성지는 사적지라고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한마디로 예수님성모님, 천신들, 사도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하는 식의 차등의식과 구별의식, 좀 심하게 표현해서 계급차별 의식에서 오는 생각일수도 있고 외국어의 국어 번역 상 문제일수도 있다. 또 국내성지는 聖址라고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이유는 성지는TERRASANCTA 즉 HOLY LAND의 번역이고 聖址나 사적지는 LOCI SACRI 즉 HOLY RLACE의 번역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어에서는 묘지, 농지, 대지, 지목지번, 지적, 지주. 지가 등 PLACE도 地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LAND는 종종「國」이나「土」로 번역하는 경우가 있다. 즉MOTHER LAND「母國」, FATHER LAND「祖國」, MAIN LAND「本土」등.
그런데 모든 성인성녀들과 신자들의 성성이나 성덕이 모두 주님의 성성에서 유래하는 것이므로, 「주님나신나라」이스라엘만을 성지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국내 모든 성지도 같이 부름이 타당하다. 사적지나 관광대상의 고적의 성격을 띠고 있지, 신자들의 신심을 고취시키고 성장시키는, 순례와 참배의 경건한 대상지 느낌은 덜 주고 있다.
그리고 국내의 타종교가 법성포의 영사이나 강화도의 마니산이나 해인사를 성지로 부르는데,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이스라엘, 다른 말로 예루살렘만 성지로 부른다면, 어떤 결과가 오겠는가! 결국 국내 타종교의 성지는 예루살렘과 동등한 성지로 불리게 되고, 국내 천주교 성지는 역사학적인연구대상이나 관광대상의 고적에 불과한곳으로 될 뿐이다. 국어대사전을 보면 성지란 ①어떤 종교가 발생한곳(예, 예루살렘은 그리스도교발상지, 불교발상지 룸비니등)을 말하며, ②종교적인 기념물들이 있는 곳들을 뜻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니, 국내에 있는 현재의 모든 성지는「성지」라고 그대로 부르는 것이 국어 상 합당하며 구태여 ①의 뜻대로, 종교의 발상지만을 성지라고 부르고자한다면, 국내 천주교에서는 한국천주교발상지 천진암성지만이 이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으니, 전국민의 5%내외밖에 안 되는 천주교신자들이 다수국민이 쓰는 국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좋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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