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묘하게 뒤엉킨 감정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곤 하지만 그래도 너는 내게 소중한 동생이다. 얼굴생김이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더라도 같은 부모님 아래 한 집에서 살고 있으니 너를 아낄 수밖에. 학교에서의 네 생활이 어떤지 나는 모르고 또한 나도 네게 이렇다 할 충고 해 줄 만큼 성숙하지도 않지만 오늘은 정말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부유하지 않은 가정, 화목하지 않은 분위기속에서 모두들 참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너에게 항상 밝은 표정을 가지기를 바라본다. 언제나 굳은 표정, 거친 행동과 딱딱한 말투가 요즈음 여학생의 표상처럼 되어 있는지, 늘 바지만 고집하는 너를 볼 때 답답함을 느낀다. 하나 둘 입시 준비에 바빠지고 가족들과의 대화도 줄어들고 하루에 한번 얼굴보기도 힘들어진 지금, 이제는 부모님께 반항도 하고 비밀도 많이 간직하려는 네 모습을 볼 때 조금 슬픔도 느낀다. 우리는 모두 남에게 다가가기보다 찾아 와주길 바라고 남을 위해 일하기보다 남이 나대신 희생해 주길 바라면서 외롭다 한다. 네게 들려오는 충고한 말, 친구들의 보살핌조차 빈정거리는 한마디로 일축해 버리고 너를 간섭한다고 생각한다면 너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을 거야.
자기 행동에 반성의 여지를 주는 사람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과 반복되는 생활과 하기 싫은 일 속에서도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지혜, 농담을 받아들이고 같이 웃어줄 수 있는 아량도 있어야 하고 금방이라도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참고 이겨내는 정신도 필요하고 가족들 사이라도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이런 것들 사이에서 우리는 스스로 고개 숙이기 위해 더 익어야 하나보다. 너는 지금 네가 어른이라고 단언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모르는게 너무도 많아 부족한 것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주어진 시간만큼, 충실히,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게 아닐까. 쓸모없는 고철 같은 머리를 갖고 다니기엔 너무나 고귀한 생명을 지녔으니까. 네게 바라는게 너무 많은 것 같지. 어쩌면 이건 내행동에 대한 반성 일꺼야. 이제는 거칠고 표정 없는 행동에서 벗어나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며 우리에게 소중한 이 순간들이 풍요로울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겠다.
박은주<대전시 중구 오류동19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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