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누구에겐가 복음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길을 걷고 있는데, 느릿느릿 걸으시는 어떤 할머니가 눈에 확 들어왔다. 어떻게 말을 붙일까 싶어 망설이고 있는데 마침 할머니 치맛자락이 올라갔길래『할머니, 치마가 올라갔네요』하며 말을 붙이긴 했으나 무슨 말을 먼저 해야 되나 싶어 머뭇거리며 걷다가「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는데」하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냈다. 『할머니, 할머니께선 하느님을 받아들이셨나요?』조심스럽게 여쭈어봤다.『네? 아 받아들이다 마다겠어요. 난 일곱 살 때 예배당엘가기 시작해서 87살이니 꼭 80년됐다우』하시면서 호랑이 담배피울 때 대학을 나와 교편을 잡고 신앙생활을 했다는 말씀까지 덧붙여 해주셨다.
『그러셨어요? 참 복된 길을 걸으셨군요. 저는 구교신자입니다. 주님 안에서 우린 형제 아닙니까? 반갑습니다.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데요. 성모님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예수님을 성령으로 잉태하셨던 분으로 알고 있지 그 이상은 생각해 본적도 없습니다』
『그분은 예수님의 어머니시며 우리들의 어머니십니다. 예수님께서 처절한 십자가위에서 제자들에게「이분이 너희들 어머니시다」(요한19, 27)라고 하셨고, 또한 처녀가 잉태하면 돌로 쳐 죽음을 당하는 시절에 사람들의 오해, 조소, 야유, 죽음까지도 무릅쓰고「주님의 종이니 내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까1, 38)라고 겸손하게 지혜롭게 순종하시어 예수님이 이 지상에 오시게끔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깊이 동참하셨던 분이 누구였습니까? 이런 분을 몰라라한다면 예수님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또 가나 혼인잔치에서도 그 집에 포도주가 떨어진걸 보시고 아드님 예수께 청하셔서 그 집의 어려움을 없애 주신 자애로운 분이시기 때문에 저희 가톨릭 교우들은 더러「어머니, 저를 위해 주님께 기도 좀 해주십시오」라고 조르기도 하지요』『참 그렇겠네요. 오늘 가서 속죄의 기도를 드려야겠군요. 정말귀한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하시면서 목적지에 다 왔다고 하셨다. 개신교 형제들이 귀만 막지 않으면 이렇게 받아들이는 경우를 많이 본다.
우리에겐 하느님과 성모어머니를 세상에 드려야할 숭고한 사명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홍영순<서울시 성복구 삼선동1가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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