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님!
이제는 아무말씀도 없이 우리 곁에 누워 계시는 주교님.
당신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우리교구의 제5대 교구장으로 성성 되셨습니다. 사제의 외길41년, 그동안 주교님께서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들을 주셨습니다.
그 가운데도 교구장으로 재임하시던 8년, 우리가 쉽게 잊어버릴 수 없는, 아니 잊어서는 안 될 두 가지의 일을 당신의 영전에서 우리 모두 함께 되새기며 우리의 것으로 삼고자 합니다.
그 하나는 진리와 정의를 수호하는 목자의 모습을 통하여 우리를 바르게 살도록 일깨워주신 일입니다. 서슬이 퍼렇던 유신시절, 주교님은 우리의 자랑스럽고 마음 든든한 교구장이셨습니다.
1974년 서울대신학교에서 열렸던 전국성년대회에서의 주교님의 강론은 참으로 속 시원한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위정자들에게는 진정한 민주헌정의 실시를, 그리고 교회내의 지도자들에게는 이 사회의 쇄신에 앞장을 서라고 촉구하실 때, 전국의 신자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김재덕 주교가 어떤 분인가에 관심이 쏠렸었습니다. 큰 별로 빛나는 주교님을 보는 우리 신자들의 어깨는 한자나 높이 솟은 듯 싶었습니다.
그러나 주교님, 유신정권의 말기 증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교구 내 신부님들의 연행과 투옥, 그리고 집단폭행을 당하는 현실에 얼마나 그 가슴이 미어지셨습니까? 평소의 강직한 모습대로 예언자적 소명을 강조하시던 주교님은 끝내 1979년 9월 중앙성당의 기도회에서 너무나 무거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정권을 잡은 최고책임자에 대한 폭탄선언으로 온 한국교회가 긴장한 가운데 교구 내 사제단과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들은 얼마나 열심히 기도하며 하나로 일치했습니까? 이토록 주교님은 어둡고 어려운 시대에 큰 빛을 밝히시는 별이셨습니다.
또한 주교님은 정희들 평신도들을 각별한 애정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교구 평협의 육성은 말할 것도 없으셨고, 1979년에는 교구의 사목지침을「평신도 사도직 활동육성의 해」로 정하시기까지 하셨습니다. 이러한 평소의 관심과 애정은 전국 평협의 총재주교로 재임하시는 동안에도 전국의 평신도들에게 크나큰 감명을 주셨습니다.
아무리 바쁘셔도 모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시면서 격려와 애정의 편달을 해 주신 주교님!
주교님! 당신은 참으로 우리 평신도들의 자상한 아버지셨습니다. 이제 서로 이승에서의 길을 달리 해야 할 시간입니다. 부디 주님 안에서 편히 쉬십시오. 그리고 여리 디 여린 저희 평신도들을 항상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십시오.
주여!
주교 김 아우구스띠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1988년 6월 7일
전주교구 평신도사도직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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