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민족적 거사였던 3ㆍ1운동은 당시 가톨릭 당국이 이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연유로 그동안 가톨릭의「어두운 과거」로 인식돼있다.
그런데 3ㆍ1운동과 관련된 가톨릭의 어두운 측면은 그 실상의 배경과 주체를 제대로 파악해 보려는 노력도 없이 일방적으로 평가를 내려버린 선입관과 무관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근년 들어 교회사가 및 학자들에 의해 규명되고 있음은 민족사의 올바른 정립이라는 측면에서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3ㆍ1운동에 가톨릭 당국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톨릭이 반 민족적이었다는 일부의 비판은 일부 종파들이 가톨릭에 대한 일종의 공격무기로 사용하면서 편견을 가중시켜 온 것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더욱 근원적인 연유는 현상만에 치중, 역사적 평가를 내리려는 학자들의 근시안적인 안목과 이러한 주장에 맞서려는 노력이 미흡했던 가톨릭의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사 연구소장 최석우 신부가 1982년 저술한「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제6장에서「일제의 침략과 천주교회」부분에서 가톨릭 당국자들은 3ㆍ1운동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교회의 일원으로서 성직자 평신도들이 적극 가담한 기록과 자료를 어느 정도 제시, 그릇된 사관의 재인식을 촉구한바 있다.
또한 1986년에 발행된 광주가톨릭교지「새아」제9집은「일제시대의 한국 천주교회」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전문가의 논문4편을 게재, 이 부문 연구에 대한 신선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열거한 이들 논문들은 단순히 호교론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일제시대 선교정책의 잘못된 점은 아프게 지적하는 한편 3ㆍ1운동을 비롯, 일제시대 민족운동에 다양하게 참여해온 가톨릭의 노력과 업적을 종합 정리한 것으로 일제 시대 가톨릭의 어두운 측면이 선입관에 의해 호도돼온 점을 명쾌하게 밝혀주고 있다.
우리는 지나온 역사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현대 한국 천주교 회사의 단면에서 새삼 감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를 제대로 정립하기 위한 자료발굴과 연구에 교회당국의 미약한 관심에 걱정스러움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3ㆍ1독립운동을 비롯한 일제 시대의 한국 천주교사에 관한 연구는 자료의 부족과 결핍에 있다기보다는 무관심과 편견에서 기인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근년들어 입수된「뮤델주교일기」「드망쥬주교일기」등은 자료빈곤 보다는 무관심이 현대 한국 교회사 연구의 최대 장애요인임을 더욱 분명하게 해주고 있다.
또다시 3ㆍ1절을 맞아 한국교회사 연구를 위한 교회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신자들의 동참의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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