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이후 경색된 정국은 혼미를 거듭하고 있어 나라의 앞날이 극도로 염려스러운 지경에까지 다다라 있다.
고문치사 사건에 이어 복지시설에서 터져나온 인권부재와 각종 부조리는 이 나라 국민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면서 너 나할 것없이 누구나 나라 걱정을 아니할 수 없게 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한 교회의 기도 운동은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문제와 함수관계를 가지면서 그 근본 취지가 퇴색되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지워버릴 수가 없다.
지난 1월 26일 명동대성당에서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봉헌된 故 박종철군 추모미사를 필두로 시작된 인권문제 개선을 위한 교회의 노력은 최근 사순절 시작에 앞서 민주화를 위한 장ㆍ단기간 기도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은 지난 2월 14일자 교구 공문을 통해 최근에 일어난 고문사건, 복지원 사건 등 국내의 어두운 현실과 관련, 우리 모두의 회개를 촉구하면서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9일 기도(2월 28일~3월 8일)를 촉구,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교회의 가장 중요한 노력은 「기도」임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또한 전국 평신도 사도직협의회는 정기총회에서 이 땅의 민주화를 기원하는 뜻으로 2월 28일부터 9일동안 기도와 절제운동을 전개, 절제의 몫은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봉헌키로 결의, 모든 신자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그러나 평협의 기도운동은 시기적으로 서울대교구의 9일 기도와, 절제 운동은 인성회에서 매년 주관하는 사순절 운동과 각각 중복되고 있어 그 효과가 반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울대교구와 평협의 기도운동에 이어 최근 정기총회를 개최한 정의평화위원회는 민주화를 위한 장기간의 범신자 기도 운동을 전개키로 계획을 수립, 민주화를 위한 지속적인 기도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화를 위한 교회의 이같은 노력은 신자들의 동참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재삼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기도 운동을 주관하는 교구나 제단체들은 이 기도 운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고 순수한 기도 운동이 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기도 운동이 자칫 정치적으로 이용 당한다면, 모든 신자들로부터 공감을 얻기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기도운동 그 자체에 대한 불신이 생길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화를 위한 장ㆍ단기간의 기도 운동이 진정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도 운동 그 자체가 오염되지 않아야한다는 점을 재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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