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의 중심 건물인「겨레의 집」은 3천 6백 54평의 초대형 전통한식건물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피를 뿌린 유명무명의 독립투사 선열들을 추모하는 이 대 전당은 전국민이 바친 성금(5백억 내외?)으로 장중하게 세워졌다. 실로 마음을 가다듬고 옷깃을 여미며, 지극히 경견한 자세와 조국애의 정신으로 참배해야 할 조국의 제단이다. 그런데 이 건물 안에는 양편에 아주 넓은 화장실과 우편국 환전소은행 매점 안내소 관리실 등이 각각 2개씩 있다. 필자의 소견에는 화장실을 비롯한 이러한 시설은 존엄성이 보장되어야할「겨레의집」안에 보다는 밖에 1백m나 5백m전방이나 후방 양옆으로 그것도 지하철역 출입구처럼 지하에나 아니면 정문가까이에 설치함이 좋지 않을까 하는데 그 이유는 부근 밖에서 거닐던 사람들도 용변을 원할 때에는 겨레의 집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결국 수백억씩 들여서 화장실을 지은 셈이 되는데 이는「겨레의 집」의 용도와 기능을 너무 다 목적으로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선열들의 영정이나 위패 앞에 향불을 피운다든가 참배객들은 정중히 경례라도 드리고 가는 추모와 존경행위의 대상시설물이 빈약한 반면 너무나 편리위주의 구조라는 느낌이 드는 건물이다. 또「겨레의 집」이라는 큰 형편을 그 위용 있는 정면에 걸고 있는데, 이 역시 유치원아의 가슴에 달고 다니는 명찰을 연상시킨다. 건물 수백미터 전방이나 현관입구 가까이의 돌에 새겨 기둥이나 포석처럼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사실상 요즈음 독립 기념관이 유홍장화하고 쓰레기장화 하는데는 그 중심본관인「겨레의 집」이 존엄성을 잃은 구조와 기능에도 원인이 없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우리 천주교성당의 최근 신축구조에도 없지 않다. 사제관ㆍ수녀원ㆍ사무실ㆍ회의실ㆍ창고등과 복합된 기능을 가진 한 건물로 된 일부 신축성당들은 터가 좁아서 불가피하게 그런 설계를 하였겠지만 그 다목적기능은 성당고유의 존엄성에 지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때로는 편리위주로 만들다보니 모두 한 건물에 연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급적 성당은 경신예절 즉 성사거행만을 하는 독립된 건물로 함이 바람직하다. 사제관이나 수녀원등 살림집들은 성당 영역밖에 두도록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이유는 성직자나 수도자들의 살림집이 성당에 연결구조로 있을 경우 장점도 있겠지만 성당의 존엄성면에서도 언짢은 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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