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울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교회평신도 원로중의 한분이며 북한문제, 통일문제에 관한 전문가적 입장에 있는 그분의 얘기를 들었을 당시 함께 자리했던 사람들 중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생각으로 일치했었다. 불과 수년전의 일이었다.
최근 통일문제가 거론되고 우리 사회의 최대 관심과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은 어쩌면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닥칠지도 모른다는 분홍빛 환상에 사로잡히게 한다.
통일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과 논의의 양상은 마치 막혔던 봇물이 터져 나오듯 참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사회의 몇 가지 성역가운데 하나로 일관되어온 통일문제가 이렇듯 격렬한 논조로 터져 나온 형상은 참으로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다. 무엇인가 변하고 또 변할 수밖에 없는 오늘 우리사회의 현실이 이처럼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는 사건은 또 다시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열병을 치르듯 뜨겁게 타오른 통일문제, 그 논쟁을 지켜보면서 통일에 관한 우리교회의 입장, 현주소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통일문제는 주교회의「박한선교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서만이 가능해왔다.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해 탄생된「북한선교부」가「북한선교위원회」로 계승되면서 추진해 온 제반 활동은 통일문제에 관해 소극적 자세를 견지해온 한국교회로서는 상당히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또는 통일문제에 관한 통로가 막혀있던 현실 안에서 교회의 대 북한 선교를 위한 움직임은 뚜렷한 활로를 찾기보다는 기도와 교육, 계몽이라는 1차적 단계에 머물러 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을 향한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열망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맞는 6ㆍ26「침묵의 교회를위한 기도의날」은 우리 교회로 하여금 對 북한선교통일사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하겠다.
40년 분단이 가져온 정치적ㆍ사회적ㆍ민족적ㆍ갈등을 신앙과 사랑의 힘으로 품고 치유하는 일에 교회는 새로운 각오로 투신, 봉사할 자세를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개설된「통일사목연구소」는 이 시점에서 참으로 중요한 시작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기도 운동 및 교육과 더불어 북한선교를 향한 제반 활동을 보다 탄탄하게 뒷받침해주는 본격적인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시 맞는「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을 기해 교회는「부분」으로서가 아니라「전체」로서 진정한 기도를 봉헌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북한선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교육과 홍보활동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펴나가야 할 것이다. 「통일」은 이제 몇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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