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에 가려진 도시의 한 그늘처럼 사회복지 정책의 낙후성이 그대로 드러난 일 중에 하나다.
최근 부산의 형제복지원과 대전의 성지원 등 부랑인 시설의 실태가 신민당의 진상 조사단에 의해 보고되면서 온통 여론은 인권부재를 외치며 조속한 조치와 함께 과감한 정책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부랑아의 강제 수용과 인권유린사태 그리고 운영상의 수많은 부정이 노출된 이번 사건들은 결코 우연히 발생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방임과 무관심, 운영자의 부정행위 그리고 행정 책임자들의 방조와 감독 소홀 등 구조적 연계 행위에서 빚어진 사회 문제이다. 또 이번 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 시설들의 건실함이 크게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복지시설을 종교인들에게 이양하려는 움직임은 사회적으로 볼 때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는 볼 수 없다. 양식있는 사회복지 전문가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종교단체는 후원과 봉사활동으로 그 임무를 다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 천주교에 거는 기대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교회의 사회복지사업 종사자들은 사업운영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함께 전문적 관리와 운영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종교적 타성에서 벗어나 신앙적 신념으로 전문인력의 확보와 함께 지역 사회와의 연계활동을 펴고 대규모 수용 보호 차원이 아닌 그룹홈과 같은 공동체적 분위기 속에서 재활교육과 사회복지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보다 아름다운 하느님 사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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