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키운 자식인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고등학교들 나오기까지 그야말로 자식을 키우면서 나는 도 닦는 그런 심정으로 살았었다. 아이가 어렸을 적에도 그랬다. 네 살 때였던가. 아끼던 뜨개바늘을 톡잘라 버렸을 땐 자식이 아니라 원수라던 그말이 실감날 정도로 무서운 분노가 솟구치는 걸 느꼈었다. 몹시 때려주고픈 그 충동, 그러나「얘야, 자식 키우기가 쉬운 줄아니? 담벼락 올라가기보다 더 어렵단다」고 부엌에서 달래시던 시어머님 말씀 때문에 그 분노를 삭일 수 있었다.
중1 겨울방학 때였다. 성당에 갔다 오는 아이가 왼팔목을 덜렁덜렁 흔들면서 울고들어 왔다. 웬일이냐니까 계단에서 몰려나오다 넘어졌는데, 그 와중에서도 어떤 녀석이 밀었단다. 누구냐고, 어떤 녀석이냐고 대라 다구쳤으나 그건 알아 뭐하냐며, 치료비 받으려고 그러냐고, 그럴려면 그냥 아프겠다며 끝까지 입을 봉한 적이 있었다.
그러더니 중2 때는 길에서 옆차기인지 앞차기인지 연습을 하다가 친구가 넘어져 뇌를 다쳤다나? 그래서 입원하곤 우리 아이더러 치료비 전체를 물어내라고, 그래서 어처구니 없이 치료비 일부를 물어 주고 영양보충이라도 시키라며 고깃근을 들고 아이를 앞세우고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얼마 후 아이는『「엄마」애들이 나더러 머저리래, 그런 녀석은 혼내줬어야 했대』하며 누구도 그렇게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때 네가 저지른 실수고 네가 책임져야 된다고, 그러나 네가 아직 어리니까 우리가 네 대신 갚아 주는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맘에 들지 않는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고 지혜롭게 살도록 노력하라고 얘기해줬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듣는 줄 뻔히 알면서도.
또 한번은 고2때였다. 하교길에 발길질을 하다 친구 녀석 팔뚝이 부러졌다며 병원으로 오라해서 밤 열시에 나갔었다. 치료비 일부를 내 주면서 그 동안의 화가 치밀어 올라 과거의 사건을 들먹이며 아이를 윽박지르려하자 옆에 있던 의사 선생님이「사내는 그렇게 키워야 틀이 커집니다」며 달랬었다. 쫑알대던 나에게 애 아버지는 사내자식 기 죽이지 말라며 한마디 덧붙였다.
해야할 소리를 하고 싶을 때마다 결정적인 실수의 현장에서 여지없이 매질과 훈계를 퍼부어야 할 때에 나는 용서를 생각하며 키웠다. 오락실 현장에서 검거(?)된 작은 아들을 앞세우며 집으로 돌아 올때 나는 자녀교육에 실패하고 있는건 아닌가하고 아파하면서도 어처구니 없는 예수님의 용서를 생각했다.
혼쭐이 나도록 때리고 굶기고 싶어질 때 나는 과잉보호 한다는 흉을 잡힐 줄 알면서도「사랑받는 자만이 사랑할 수 있는 자된다」는 말을 격언삼아 자신을 달래며 참았었다.
그러나 나는 나보다 더 내 아이가 잘 되도록 염려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란 어느 신부님의 말씀을 믿는다.그러면서 용돈 타느라 애교떨던 아이의 염치와 겨우겨우 들어간 대학 입학에 감사하면서 나는 지금 마냥 편안해 한다.
대학 교문 밖에 즐비한 맥주집과 성인 오락실과 군화발의 먹구름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면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