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교사실의 문턱을 밟는 순간 교사들의 분주한 손놀림에 뭔가가 뇌리를 스친다.
『아, 졸업!』
『그래, 벌써 애들과 헤어져야 하는구나』
비록 악동들의 소란으로 화를 내기도 울기도 하였지만 그것은 잠깐이라, 시간의 흐름에 묻어둘 수 있지만 정이 들었음은 어쩔수 없는듯 가슴은 아파만 온다.
메울수 없는 아쉬움과 허전함으로 자리를 찾지 못하던 시선은 창너머 성당 마당으로 떨어진다. 마당 구석구석에선 아이들이 왁자지껄 놀이를 즐기고 마당은 곧 아이들의 옷으로 오색무늬의 수를 놓는다.
눈에 띄는 애들이 있기에 초점을 맞춰본다. 파란 머리띠의 말괄량이 해민, 검정 쟈킷의 선머슴애 영, 단발머리의 새침데기 안나, 여선생님 앞에선 곧잘 얼굴을 붉히는 동규….4학년때부터 6학년이 될 지금까지 말아온 내 아이들의 모습인 것이다. 처음 애들을 만났을땐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심지어 치마를 입고 오는 날이면 장난스런 사내아이는 기어서 치마를 조사하기 일쑤였다. 토요일마다 만남이 이방인의 향연처럼 여겨졌던 2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야단스럽던 아이들이 언니다움을 보일땐 절로 웃음이 터지곤한다.
얼떨결에 교리교사가 된지도 3년이 지나간다. 다소의 개인 생활의 희생속에서 맛보는 달콤한 기쁨은 아이들의 얼굴을 더욱 밝고 크게 만들어 버린다.
나의 아이들아!
창세기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을 거역하여 에덴동산에서 쫓겨날때, 하느님께선 그들에게 가죽옷을 입혀주셨다는 말을 기억하니? 너희들이 이제 내 곁을 떠나면 멀잖아 몰라보게 커져버리겟지.
너희들이 커가면서 어려움이 닥칠때는 어디서든 꼭 이 못생긴 선생님의 말을 기억하며 주님 앞에 머리 조아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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