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정부미자루에 찰옥수수 한 자루를 가지고 오셔서 우리 수도회에서 수확한 것이라며 마루구석에 내려놓고 웃으시던 인하자신 모습에서.
목소리가 안 들려 입모양을 보아야만 알아들을 수 있는 병환 중에도 우리를 위하여 가정 미사를 봉헌해주시며 강론까지 해 주셨던 참사제의 모습에서.
병석에 계실 때 보온도 잘되지 않는 싸구려담요를 덮고 계셨던 청빈의 모습에서.
맑은 유리관 속에 노란 하얀 국화에 싸여 평온하게 누워계셨던 모습에서.
주님의 생애를 온전히 따르려고 노력하셨던 그분의 깊은 뜻을 받들겠노라고 다짐하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초라한 모습으로 꾸며진 그분의 묘 앞에서 진정 주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세 한다.
그분의 묘 앞에서 연도를 드리다 큰 숨을 내쉬며 머언 산등성이를 바라보지만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어떻게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그분의 영혼이 주님의 자비로 부디 천국에서 성모님의 품안에서 평안이 쉬시길 기도드릴 뿐이다. 오직 그분의 뜻을 기리어 착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살 것을 다짐하면서
이로사<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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