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자리 잡고 있는 신망애 재활원에서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1동에 장애자복지회관 겸 상가를 건축하려는 계획이 주민들의 끈질긴 반대에 부딪혀 8개월째 실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관할 구청에서 건축허가는 받았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가히 결사적이었다. 주민들이 주장하고 있는 반대이유는 대략 이러하다.
먼저 장애자복지회관이 들어설 경우 동네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집값은 떨어진게 사실이다. 그리고 세 들어 사는 사람도 이사를 가고 세 들어올 사람도 없어진다는 얘기다.
다음으로는 아이들 교육상지장이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장애자흉내를 냄으로써 부모들이 불안하고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밖에도 현재 들어서있는데 또 장애자시설을 건립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나환자촌처럼 장애자들이 시외 각지로 나가 살아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자측은 새로 짓게 될 건물에 장애자들이 기거할 것이 아니고 장애자복지를 위한 회관 및 상가이므로 장애자들의 내왕이 많지 않다는 주장이다.
장애자측은 일주일에 한번 예배를 보기위해 이곳에 올뿐이며 건축설계도 기거를 할 수 없도록 돼있다는 것이다.
주민들과 재활원측의 팽팽한 대결은 벌써 8개월째 끌어오고 있으며 그동안 수차례 난투극까지 벌여 양측 모두 중경상자가 나왔고 그중경찰에 연행된 사람들도 있었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되었는데도 정부측에서는 아직도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 못하고 엉거주춤한 상태에 놓여있다. 이것은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보도한 내용이었다.
장애자 복지회관 겸 상가건립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장애자들이 벌이고 있는 난투극과 상호불수용 상황을 지켜보면서 많은 문제점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는 장애자에 대한 편견이 심각함을 역력히 볼 수 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학교에서 장애자문제를 교육하지 않았다는 것과 부모들이자기 자녀교육(?)만 생각한 나머지 장애자들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기피하는 태도도 문제이다.
장애자에 대한 국가정책은 근자에 들어 그 수가 많이 발생하는 것과 더불어 그들을 보호하는 방향과 바뀌고 있다. 그 비근한 예로 과거에는 장애자가 대학입시 면접과정에서 낙방한 경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소송으로 입학이 허용되기도 했다.
장애자로 인해 자녀교육에 지장이 있다는 주장은 우리국민의 의식수준에 큰 문제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과연 장애자들과 이웃하여 산다고 해서, 그리고 자녀들이 장애자들과 상종한다고 해서 자녀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가? 또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건강한 사람도 사고를 당하여 불구가 되는 불행한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보고 있다. 내가 아는 미국의 어떤 가정에서는 소아마비로 불구가 된 맏형을 어릴 적부터 동생들이 극진히 돌봐주는 광경을 보았다. 어린아이들 마음속에 불행한 사람에 대한 깊은 동정심이 싹트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따라서 장애자를 나병환자처럼 싫어하고 쫓아내려고 하는 행동이나 장애자가 옆집에 살면 집값이 떨어지는 우리의 현실은 시급히 개선되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몇 해 전에 장애자의 해를 살면서 얼마나 많이 떠들고 또 반성했던가? 특히 우리 교회는 장애자도 우리와 꼭 같은 한 형제자매이며 그들이 신체적 장애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과 소외를 당하는 일이 없어야한다고 강변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겉으로, 신체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는 모든 정상인들도 내적으로, 정신적으로 신체장애자들보다 더 많은 장애를 가질 수 있는, 내적인 장애자들임을 자각하자고도 했다. 이는 곧 우리 모두는 정도와 질(窒)이 다를 뿐 다 같이 장애자들임을 인식, 서로 격려하고 보완해가며 살아야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지 않았던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 교회는 지금까지 장애자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신망애 재활원의 경우 우리 교회측에서 그동안 왜 중재를 나서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철거민문제나 노사문제에 비해 규모나 인원이 적기 때문인가, 아니면 문제 자체가 그만큼 중요성이 덜하다고 보기 때문인가.
이세상에서 나환자들처럼 서러운 인생도 없을 텐데 신체장애자들이 나환자들처럼 주거지가 한정되고 쫓겨나 살아야한다면 그들의 심정은 어떠할 것인가. 교회도 사회에서 버림받고 소외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권익을 지켜주는데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할 것이다. 삭막한 인심의 미움들을 치유하는데 앞장서야할 것이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선한 신자들을 많이 양성해내야 한다. 비록 신망애재활원이 개신교측 시설이라 하더라고 우리 교회로서는 방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장애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 싶다.
먼저 학교와 가정에서 학생들에게 어릴 적부터 장애자들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하루속히 장애자보호법을 제정, 시행해야 한다.
우리 교회로서는 불우시설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해서사회가 다 못하는 복지 분야를 맡아야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교회와 교회 내 사회복지운동가들, 그리고 정의구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장애자를 위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속적인 운동을 펴가야 할 것이다.
철거민들의 고통이 크겠지만, 어쩌면 장애자들의 서러움은 더 클지도 모른다.
우리 교회는 불우이웃을 돕는 일에 어떠한 취사선택도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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