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절이 시작됐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공생활(公生活)을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며 기도했던 사실에서 유래된 명칭은 다 잘 알고있다.
머리에 재를 얹으며『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고 일깨워주는 재의 수요일부터 주의 만찬 미사 전까지 6회의 주일을 제한 40일간을 의미하는 사순절은 다가올 부활의 기쁨과 환희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더 한층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매년 맞이하는 사순절 동안 교회는 신자들이 죄를 회개하고 보속하며 예수 그리수도의 모범을 따라 스스로 기도 가운데 고통과 희생의 길을 걸으며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도록 권고해오고 있다.
금년에도 주교회의 인성회는 사순절 이웃 돕기 운동의 주제를「사랑으로 가진바를 나누자」로 정하고 특별히 금년을 「무주택자의 해」로 설정한 국제연합과 뜻을 같이해 집이 없이 방황하는「가난한 이들에게 삶의 자리를」마련해 주자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따라 한국교회 전체가 사순절 제5주 금요일인 4월 10일 단식과 금육한 몫을 모아 4월 12일 예수 수난주일에 각 본당에서 헌금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이러한 사순절 운동 취지에 모든 신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하겠다. 특별히 금년에는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낭인들에게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자는데 역점을 두고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각자의 희생과 정성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돕는다고 할 때 먼저 희생과 고통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을 뜻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바 모든 것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뜻한다.
그러기에 물질적으로 남을 도와주기 어려운 처지라고해서 남을 돕는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위해 기도할수 있고 직접 찾아가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해줄 수도 있다. 문제는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 여하에 달려있다.
다른 사람을 돕는다고 하면서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든 내세우려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태도는 진정으로 남을 돕는 것이 되지 못한다. 자신이 지은 죄를 회개하고 보속하는 그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다면 어떻게 자신의 사랑 실천이 드러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따라서 참으로 회개하고 보속하는 마음이 없으면 어떠한 사랑 실천도 위선이고 무가치할 뿐이다.
마침 사순절을 전후해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 본당에서는「회개를 위한 9일 기도」가 바쳐지고 있다. 무죄한 한 학생을 고문 살인하고 수많은 불의와 부정을 예사로 저지르면서도 뉘우칠줄 모르는 병들고 죽어가는 양심 질환자들의 회개와 소생을 위해 기도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부터 회개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고 이웃과 화해한 후에 다른 사람의 회개를 비는 마음일 것이다. 회개없는 곳에 믿음도 희망도 사랑도 그리고 민주도 복지도 모두가 거짓이고 위선임을 이번 사순절동안 깊이 반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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