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오싱」이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이 소재는 TV극으로도 방영되어 나이 많은 일본인들이 눈물깨나 뿌리며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주인공「오싱」의 어린 시절 더부살이 고초는 20세기 초 메이지 (明治)시대 일본인들의 배고팠던 서러움을 대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전 국내TV에서 방영된「그때를 아십니까」가 크게 공감을 얻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6ㆍ25전쟁 후 남의 집 더부살이 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벌이는 신통찮고 식구(食口)많은 집의 여아들과 전쟁미망인들 가운데 식모 (食母)는 어쩌면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다. 요즈음 농촌총각 장가들기 힘들다고 하지만 호구지책(湖口之策)으로 시집가는 처녀들도 있었다. 식모나 진배없었다.
배고픈 서러움의 결과이다.
▼흔한게 식모요 구하기 쉬운 것이 식모였다. 그러나 이제는 양상이 다르다. 구하기 어려운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 용어조차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가정부(家政婦)로 바뀌었다. 식모나 가정부나 하는 일은 같은데 다른 점도 있기는 하다. 옛날과 같이 나이어린 가정부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가정부보다는 공장이나 식당, 아니면 술집에라도 나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이 든 가정부 구하기가 쉬우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파출부 (派出婦)이다. 식모, 가정부, 파출부, 모두 남의 집에 고용되어 일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정부는 식모보다 어감상 격상된 꼴이며 일정한 보수가 분명히 전제되고 있다. 시간제로 가정부 노릇을 하는 파출부는 보다 현대화된 제도임이 분명하다.
▼최근 발표된「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규정」가운데「사제관의 가정부는 될 수 있는 대로 상당한 연령 있는 사람을 두거나 앞으로 시대의 추세를 참작하여 파출부로 바꾸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제11조2항)는 조항이 눈길을 끈다. 사제의 일상생활 방식에 있어 하나의 변혁이 예견된다. 앞으로 사제관에서 일하는 파출부를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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