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구원을 위해 수난하신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부활의 영광을 기다리는 사순절입니다.
인류의 구원이 성취되려는 순간, 골고타 산 꼭대기에는 십자가 셋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읍니다. 가운데는 예수님이, 그 좌우에는 도둑질을 한 죄수가 매달렸읍니다. 모두가 죄 때문에 저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인류의 죄 때문이고 그 죄수들은 자기들의 죄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 고통 중에서도, 당신을 못박아 매달고 희롱하는 악당들을 위해 하느님 아버지께 용서를 청하십니다. 왼쪽의 도둑은『당신은 그리스도가 아니오? 당신도 살리고 우리도 살려 보시오』하고 뻔뻔스런 희롱의 말을 합니다. 오른쪽 도둑은 예수님께 간청합니다.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때에 저를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라고.
여기서 우리는 세 사람의 말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들 안에도 이 세 모습이 공존합니다. 하느님의 모습인 양심, 합리화하려는 본능, 그리고 회개하려는 이성이 있읍니다.
합리화와 회개 어느 쪽을 택하느냐는 우리의 자유의지에 달려있읍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오직 하느님의 영역입니다.
예수님은 오른쪽으로 머리를 숙여 우도의 회개의 말을 들으시며 숨을 거두시었읍니다. 지금도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그 모습으로 우리의 회개의 말을 들으시려고 귀를 기울이고 기다리십니다.
우리는 재의 수요일 이마에 재를받으며『사람은 흙에서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라는 사제의 말씀을 들으며 나름대로의 회개와 다짐을 했읍니다. 우리 모두『주여, 당신께 죄를 지었으니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하고 진정으로 회개하여 사순절을 뜻있게 보내고 기쁨이 충만된 부활을 맞도록 해야 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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