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산서 사는 저는 언젠가 가톨릭 신문에서 읽었던, 서울 영등포역 앞의 무료 식당을 찾아갔다. 사랑의 선교회 수사님들이 운영하는 이 식당은 하루 2백명 이상이 무료로 식사한다.
이 식당에서 수사님들은 추운 겨울에도 오갈데없는 떠돌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고 그 더러운 손과 발을 씻겨주는가 하면 피부병도 치료해주는 것이었다.
그 아늑한 분위기야말로 정말 나를 놀라게 했다. 몸을 씻겨줌으로 해서 정이 더 든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 집에는 은총이 구름과 같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식당에는 청량리 용산 왕십리 등 먼거리에서도 하루 7~8명이 걸어온다고 했다. 이 식당에는 직접 봉사활동도 하고 부산으로 내려왔지만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한 그릇의 밥을 눈물섞어 먹는, 배고픈 나그네도 보았다. 아기를 업은채 보따리를 울러매고 들어서는 이, 상처투성이인 몸에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들어오는 이… 이들에게 수사님들은 정성을 다해 포용하여 주셨다. 살아계신 예수님을 보는듯 했다. 누가 감히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영등포역 앞 오징어(땅콩장수, 막벌이꾼, 마약ㆍ알콜중독자, 전과자, 영등포 뒷골목의 창녀들, 오갈데없는 행려자 등 감히 생각ㆍ상상하기도 힘든 그들이었다.
보사국장도, KBS 방송사에서도 이곳에 들러 지원약속을 하기도 했단다. 그러나 수사님께서는 모두 마다하셨다 한다. 주님께서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시기 때문이라면서.
수사님께서는 양력설과 음력설에는 많은 행려자들을 면담, 이중 130~140명에게 여비를 줘 고향으로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근래 내가 만나는 사람 80%정도가 답변하기를『요즘 굶는 사람 있는가?』한다. 그러나 나는 직접 보았다. 많은 이가 굶고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이 우리의 변화 없이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꼇다. 6ㆍ25때 버려진 고아들도 많이 오고,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얻어먹어야 하는 팔자… 정말 그 모두가 내 가족이 아닌가?
현재 이 무료 식당에는 영등포본당이 중심이 돼 많이 도와주고, 서울 시내 6개본당의 레지오 단원들도 많은 봉사활동을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왜 우리들은 그들을 외면하고 있는가? 내가 풍요로울 때를 알아야 한다. 감사해야 한다. 감사함을 알고 남을 도와야 한다. 3박 4일의 짧은 여행길이 즐겁고 유쾌한 여행길이 아니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인생의 한 기로점이었다는 것을 체험했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이 영등포 창녀골목 지역을 위해서 다시 한번 십자가 지신 모습을 보게되어 마음 아파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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