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제도(敎階制度)라는 비교적 어려운 교회용어가 요즈음 자주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그 해설을 수차례 읽고 음미해봐도 교회 상식이 부족한 신자들은 아마도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주교회의는 지난 3월 10일자로 발표한 한국교회 교계제도 25주년 기념 담화문을 통해「교계제도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교황)와 일치하여 교구장 주교들이 하느님께서 주신 권한으로 자기 교구 관할의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렸으나 충분히 이해되기는 어려운 풀이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교계제도를 가장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황을 으뜸으로 하는 로마 가톨릭체제의 기본이며 지역교회는 교계제도 설정에 의해 비로소 정식교구로 발돋움하여 완전한 꼴을 갖추게 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한국교회 교계제도는 1962년 3월 10일을 기해 한국교회는 교계 제도 설정 25주년을 맞이한 것이다.
25주년이라는 의미는 개인이나 단체를 막론하고 은경축이라 하여 기념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교계제도설정 25주년 기념은 단순한 의례적인 기념일의 성격보다는 완전한 자립교회로서의 면모를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점에서 한국교회는 교계제도 설정 당시만해도 신자수는 50만명에 불과했다. 이 숫자는 1982년 말 현재 서울대교구 신자 총수와 맞먹는 수준이었다는 점 하나만 예로 보아도 당시의 한국교회 교세수준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교계제도 설정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교계제도 설정이전에 이미 전국 17개 교구(3개 이북교구 포함) 가운데 12개교구가 설정, 그 기반을 공고히 해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교계제도 설정 이후 불과 7개월 후에 개막된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여파로 인해 교계설정이후 초창기 10여년 동안은 상당한 진통과 혼돈을 겪어왔으나 공의회의 정신이 확산되면서 70년대 후반기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고 볼 수 있다.
교계제도 설정기념 20주년의 해인 1982년에는 한국천주교회 2백 주년 기념 준비로 부산했던 한국교회는 교계제도 설정 25주년을 맞아 기념 메시지를 발표하는 한편 기념 미사봉헌, 기념 심포지움 개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아뭏든 한국교회 교계제도 설정 25주년이 한국교회가 자립 교회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고 인류 복음화의 선도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