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破門)이란 세례 받은 신자가 교리나 윤리상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를 신자 공동체로부터 제거시키는 교회의 처벌행위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가톨릭 신자였던 독재자 아돌프 히를러를 파문시키지 못했다. 그 이유는 파문조치가 더 큰 학살을 유발시킬 위험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무모한희생을 최소화하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이같이 파문조치란 자주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며 쉽게 단행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지난 6월 30일 프랑스의 르페브르 대주교와 그가 주교로 서품한 4명의 사제가 함께 교회로부터 파문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 소식은 일반 매스컴에서도 관심 있게 보도된바있어 그 여파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르페브르 대주교 파문사건은 교회사상 1백여년만에 생겨난 큰 상처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공산화된 후 중공의 애국교회가 독자적으로 주교를 서품하고 교회를 이끌고 있으나 바티칸으로부터 이들이 파문당하지는 않았다.
애국교회의 경우는 정치적인 역한관계로 인해 자의가 아닌 타의(국가권력)에 의해 강압적으로 이뤄진 결과이며 바티칸과의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정신에 따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선임자 바오로 6세는 르페브르 대주교와 그의 추종자들에게 관용과 인내로서 대화하고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파문을 당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자의로 취함으로써 스스로 파문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제1차「바티칸」공의회(1869~1870년)에 반대하여 가톨릭으로부터 분리돼나간 일군의 종교단체를「구 가톨릭교」라고 부른다. 제1차「바티칸」공의회에서 교의로 확립한 교황의 무류성(無謬性)에 반발한 신학자들이 1873년 독자적인 주교를 성성하고 공의회에서 결정한 교의를 정면으로 부정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파문사건은 제1차「바티칸」공의회에 도전한 세력의 재판이라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제3차「바티칸」공의회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제2차「바티칸」공의회가 폐막 된지 20여년밖에 되지 않지만 시대가 그만큼 급변하고 있음을 그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르페브르 대주교와 그 추종자들은 제2차「바티칸」공의회 이전으로의 환원을 고집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 것인지 너무나 자명한 현실을 바로보지 못하고 있는 그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교회의 용서를 받아 분열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다.
르페브르 대주교와 그에 의해 주교가 된 4명의 사제는 파문당했으나 르페브르 대주교가 서품한 2백 60명의 사제와 50만 정도로 추산되는 추종신자들은 아직도 교회의 울타리 안에 남아있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지향대로 성모성년에 특별히 성모마리아의 전구의 힘으로 그들이 새로운 일치를 찾을 수 있도록 온 교회의 기도가 간절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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