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추억은 있듯이 오랫동안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은「버버리 찰떡」맛을 잊지 못한다. 벙어리 자식을 둔 할머니가 만드는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찹쌀을 쪄서 안방에 올려놓고 적당히 간을 맞추어가며 이겨 주무른 뒤에 떡메로 치서 만드는 이찰떡의 쫄깃 거리고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은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우리들에게는 변함없는 입맛으로 남아 있다. 대물림해서 옛 그 자리에 손때 묻은 떡메로 떡을 만드는 그 할머니는 옛 방법 그대로 옛사람들의 입맛이 맞는 떡을 빚고 있다. 『말도 마소. 요새 어디 떡 먹는 세상이껴? 거, 왜 있잖니껴? 빵 속에다 나물 넣고 고기여어 파는거? 우리 집 손주 놈도 그거 사먹지, 집에 있는 떡은 안먹니더 왜요』하고 떡집 할머니는 세상 변한 이야기부터 꺼내고 요즈음 사람들 떡 안사 먹고 빵에다 고기 넣어 파는 서양 떡ㆍ햄버거만 사먹는다면서 한숨만 쏟아놓는다.
참으로 그렇다. 떡 세대와 빵 먹는 세대가 뚜렷이 구별되고, 청바지 입고 궁둥이 춤에 익숙한 세대와 바지저고리 입고 어깨춤에 흥겨운 세대로 구별이 되고 있다.
성당도 이렇게 떡 맛에 맞 출건지 햄버거 빵맛에 맞출 건지 분간키 어려울 때가 많이 있다. 찰떡은 대충 손대중으로도 간이 잘 맞고 할머니의 손끝에서 희아한 떡 맛이 생겨난다.
그러나 햄버거는 빵 속에 넣는 제각기 다른 내용물이 서로 섞여 달고 시면서 감칠맛을 내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산위에 있는 뾰족성당은 그 자체로 엄숙하고 신비로울 수가 있다. 저절로 신심이 돌아나고 기도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래서 우리에겐 그런 소중한 기도 성소 (聖所)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끌벅적한 시장바닥에도 또 철거민의 돗자리 바닥에도 신바람 나고 살맛나는 참기도의공동체는 살아 숨 쉬어야한다. 떡 맛에 길들여진 사람이 햄버거의 비위 상하듯 청바지 입고 시위대 앞에선 신부님이 못 마땅할 수가 있다.
햄버거의 감칠맛에 반한 사람이 떡 맛에 길들여지지 않듯이 서로의 미움을 돌팔매질 하고 있는 세상을 피해수도원에서 화해와 용서를 청하는 수녀님들의 참된 묵상과 기도가 공허해 보일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떡 먹던 입에도 빵은 달듯이, 빵 먹는 입에도 떡 맛은 있기 마련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삶이 서로에게 수용되고, 폭발하는 사회적 욕구도 입맛을 쫓아 조화되듯이 살맛나는 세상, 입맛당기는 신앙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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