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대도시의 골목 어디서든지 부지런한 청소부아저씨들을 만나게 된다. 춥고 더운 것 갠 날 궂은날을 가리지 않고 쓰레기를 치우고 거리를 깨끗이 쓸어주는 그분들을 만날 때마다 고마움과 송구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러나 청소의 마무리장면을 보노라면 드물지 않게 눈에 띄는 일, 흙모래를 쓸어서 길 양옆 빗물 받아 하수구에다 넣는다. 장마 때 그 지역이 침수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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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시험에 많이 시달린다. 주말고사 월말고사 기말고사 학년말고사 ○○테스트 ○○학력 검사, 이름도 모를 시험들이 많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험이 있을 때 마다 무소부재하게 등장하는 단어, 컨닝(원뜻은 약삭빠르고 간교하다의 뜻)이라는 낱말이다. 이 말은 학년이 높아갈수록 의례 당연한 것으로 알고 때로는 학교생활의 자질구레한 재미 정도로 생각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컨닝하다 들키면 정학이다』는 선생님의 음성은 사형을 선고하는 재판관처럼 준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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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노선의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노라면 자주 활극을 목격하게 된다. 이 활극은 서두름에서 시작된다. 기사도 바쁘고 승객도 바쁘다. 바쁘다는 말 안하는 사람은 열등의식을 느낄 정도다.
아저씨도 아주머니도 어른도 어린이도 너도 나도 모두 바빠서 서둘러서 타야한다. 그러다보면 혼잡은 심해가고 언성은 높아간다. 우리들의 서두름이란 어디 버스 탈 때만 있겠는가. 우리는 무엇이나 빨리해야한다. 밥도 빨리 먹고 공부도 빨리하고 공사도 빨리하고 무엇이나 빨리해야한다. 우리는 무엇이나 빨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인가 보다. 『빨리 먹은 밥은 체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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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아름다운 도시일 수 있는 것은 하수도가 잘 발달되었기 때문이라던가. 끝없이 끝없이 자라만가는 서울시내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한강이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 가슴을 때린다. 하루에 몇 천 명이 들락거리는 건물에 정화조도 없이 화장실 배수로를 직접 서울시 하수도로 연결해 놓도록 설계를 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공사를 하는 설비업체가 있다는 이야기. 보수공사를 하는데 하수도가 막혀있으니까 그 배수관을 건물 정화조로 연결시키는 융통성. 공장을 지으면서 하수도시설 정화시설을 하지 않아 넘쳐 나오는 폐수. 이래서 한강은 죽어가고 있다.
건축설비에 대해 문의한인 나 같은 사람도 이런 것을 알고 있다면 이렇게 졸속 주조된 건물이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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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과 금년 봄 우리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우리들의 어긋나고 이즈러진 모습을 참으로 많이 볼 수 있었다. 입후보자들과 유권자들 당원과 비당원 적당과 정당 사이의 행동 보고 싶지 않은 약속을 들은 기분이었다.
각 정당의 입후보자들은 독재정치 종식이라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공약을 실천하려면 모두가 다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처리되어야만 할 공약만 골라서 하는듯한 인상이었다. 말하자면 그 공약을 다 실천하려면 절대적으로 독재 독단적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밑바닥에 깔려있었던 것이다. 무엇을 그렇게 많이 잘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집단 열병을 앓았고 지금도 앓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열기를 가라앉히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보았으면 한다.
이규태씨는「한국인의 의식구조」에서 우리민족은 결과의식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그 의식의 형성요인을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우리들의 결과의식은 한국의 기후풍토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우리의 기후풍토는 수시로 표변하고 혹한ㆍ혹서가 교차되며 홍수가 논밭을 쓸어가고 산사태가 갈 길을 막으며 태풍이 일년 농사를 망친다. 이러한 기후 풍토 속에서 살아 온 우리는 앞을 멀리 볼 수 있는 의식이 싹틀 사이가 없고 만성결과주의내지 결과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덕이게 된다.
1천년ㆍ5백년 전에 겪던 수해를 오늘날도 똑같이 겪는 것처럼.
다음은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를 들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틈에 낀 우리는 정치적인 지배까지 받다보니 자생의 문화 의식이 뿌리내리고성장할 시간이 없이 외래문화의결과만 도입하는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문화의 유입이 그렇고 서양문화의 접목이 그렇다는 것이다.
또한 결과의식을 가속화 시킨 것으로 전쟁을 든다. 전쟁은 순간에 유형무형의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리고 산화해버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 없다. 미래를 생각하고 설게 할 여백이 없다. 당장 생존에 필요한 무엇이 있어야한다. 어떻게 라는 방법은 생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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