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새벽4시경 경북의성군 다인면 서능2동 안동교구 다인본당사제관 전화기가 요란한 벨소리를 울렸다. 두 번 세 번 째 벨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수화기를 집어든 서울대교구대학생연합회 88농촌활동 집행부소속 안미현(이냐시오ㆍ외국어대 3년)군은『뭐라고 파출소ㆍ …』라는 고함소리에 이어 목소리를 낮춰『…신부님은 주무시고 계셔』『…그래 잘 얘기해봐』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5분이 지났을까 또다시 벨이 울렸다. 『뭐ㆍ 짐을 보잔다고…그래 기다려봐』하며 수화기를 놓은 안군이 사제관집무실에 접한 방문을 두드리며『신부님, 서울서 내려온 애들이 ○○파출소에 잡혀있대요. 신부님이 나와 주셔야 되겠대요…』하며 보고했다. 조금 후 새벽잠에서 깨어난 서울대연지도 염수의 신부가 안군과 함께 승용차를 몰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2일 3백 30여명의 대학생을 인솔, 서울을 떠나온 염 신부는 안동교구 다인본당과 인근 안계본당 관할 17개 공소 및 자연부락에서 농촌활동에 바쁜 학생들을 찾아가 매일 밤낮으로 고백성사를 주고 심야미사를 집전, 대학생들을 격려했다.
7일 밤 경북 상주군 사벌면일대 5개 공소에서 농촌현장체험중인 서울가톨릭대학 신학생들과 밤늦게까지 얘기를 나누고 이 날 밤에는 새벽 3시까지 안군과 함께「농활신문」교정을 보다가 늦게 잠자리에 든 기자가 또 한 번 잠을 설친 것은 파출소에 붙잡혔다던 학생2명이 돌아오던 새벽녁. 「농활」에 합류키 위해 서울서 밤 10시 차로 내려 온 이들은 새벽 3시경 안동에 도착, 의성군 다인지역까지 들어오는 차편을 구하지 못해 지도신부차를 이용하고자 했던 것. 새벽전화를 받고 파출소로 가면서『이녀석들 한밤중에 차편이 없으니 나더러 데리고 오라고 트릭을 쓰는거야. 내려올 때 치안본부에 얘기하고 왔는데…』라고 말하더라는 염 신부. 인천교구대학생들이 농촌활동중인 문경군 가은본당으로 달려가는 차속에서 기자는 공소를 찾아가 대학생들과 맞무릎하고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고백성사를 주던 염 신부 모습을 그리며 한국교회 대학생사목의 현주소를 생각했다.
가톨릭대학생 농촌활동이 대부분의 농민들에게서 호응을 받는 현장을 보면서 그들의 주장에 귀기울여주는『전담사 목자가 절실할 때』임을 맘속에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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