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풀이 우거진 신록의 계절, 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해야만 했다. 나의 가정을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출근할 시간이 되어서 허둥지둥 나가보니 버스가 서있었다. 그래서 급히 버스를 타고 생각해보니 아침기도를 안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버스의자에 앉아 아침기도를 했다. 그런데 좀 창피 한 것 같아서 이마한번 쏙쏙, 배 한번 쏙쏙, 그리고 양어깨를 툭툭 털고 나서 기도를 시작했다. 하느님께 죄송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잊어버리고 근무를 했다. 퇴근을 하고는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버스 안에서 그 우스꽝스러운 성호경을 긋고 나서 기도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우리 본당수녀님 한분이 버스에 타셨다.
수녀님께 인사를 하고 내 자리에 앉아 기도를 시작했는데 잘 되지 않아 집에서 기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서 수녀님 쪽으로 보자 수녀님이 크게 성호경을 그으시고는 로사리오기도를 하시는 것이었다. 순간 많은 사람들이 수녀님을 우러러 보는 것 같았다. 난 정말 하느님께 죄송스러웠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저녁기도를 마치고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나는 역시 반복되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 앉아서 크게 성호경을 긋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 후련함과 떳떳함, 이루 말할 길이 없었다.
이은혜<경주시 황성동 공원 APTA동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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