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나라에도 노부모를 모시기 실어하는 가정이 늘어나 경로효친 사상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얼마전 나는 할아버지를 골방에 모셔두고 식사만 전해줄 뿐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가정을 보았다. 방이 없다고 아무도 거처하지 않는 다락에 할머니를 모신 가정도 보았고 80세 된 친정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내려는 딸도 봤다.
모든 가정의 노인들이 다 그런 대접을 받고 사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노인들은 얼마나 쓸쓸하고 외롭겠는가.
사실 따지고 보면 노인은 인간의 마지막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다. 늙으면 없던 병도 생기게 마련이고 심신이 모두 말을 안 듣는 불쌍한 인간이 어쩌면 노인이다. 이러한 노인들을 외면해도 되겠는지 반성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한 가정과 이 나라를 짊어지고 온 노인들을 병들고 늙었다는 이유로 외면해도 되겠는지?
까마귀도 늙은 부모에게는 새끼들이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데 하물며 우리 인간들이 노부모를 외면하면 누가 돌볼 것이며 노인이 설 땅은 도대체 어디가 될까? 분명한 말이지만 늙은 부모를 외면하는 사람은 아무리 다른 좋은 일을 하고 하느님께 기도해도 그는 이미 하느님의 백성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십계명을 어기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오래 살아야 겨우 백년정도를 살 수 있을 뿐이며「당신 늙었소, 세대차이가 너무나서 말이 안통하오」하는 사이에 자기도 어느듯 늙어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뜻에서「경로효친」은 노인들을 위한 덕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젊은이 자신들을 위한 아름다운 덕목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노인들은 우리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가서 젊은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실 분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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