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요즈음 사람들은 십자가를 목에 걸고 다니거나 뺏지로 달고 다닌다. 그런데 그들 중에는 그 십자가를 몸 치장용인 장식품이나 악세사리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도 된다.
십자가는 그리스도교의 심오한 신비가 담겨 있는 것이기에 그 의미를 한번쯤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십자가는 본래 로마제국에서 국사범이나 흉악범을 단숨에 죽이기엔 억울하다(?)고 생각하여 죄인이 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 죽게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도구로서 뭇 백성이 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하기 위하여 사용하던 도구였다. 그래서 십자가형은 손과 발이 못에 박혀 찢어지면서 최후의 순간까지 처절한 고통의 맛을 보게하는 가장 악랄한 사형집행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은 당시 국사범으로 몰려 흉악범과 함께 장시간동안 매달려 강렬한 태양불로 인해 심한 갈증과 탈진상태에서 고통을 받으며 돌아가셨다. 이러한 의미에서 십자가는 바로 고통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 고통의 십자가는 죽음을 이기는 영광의 십자가로 전환되는 신비의 순간이다. 왜냐하면 신성(神性)을 함께 갖추신 인자(人子), 예수는 전지전능한 힘을 가지신 분이므로 십자가의 처형은 얼마든지 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는 성부의 뜻에 따라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그 처절한 길을 택하신 것이다. 즉 고통을 피하려거나 반항하지 않고 순명하심과 동시에 원수를 사랑하고 감싸 주심으로써 이 고통의 십자가는 죽음과 세속을 이기는 영광의 십자가로 전환되었던 것이다.
자! 우리는 이제 고통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오히려 그것을 사랑하고 영생의 길로 가는 부활의 전제조건인 은총으로 받아들입시다. 그리고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를 항상 깨달으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간구합시다.
오 주여! 주께서 직접 보여주신 고통의 쓴잔을 언제 어디서나 마실 수 있고 고통을 사랑할 수 있는 깨달음과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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