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7월 24일자 11면 머리기사는 「영호남이 화해의 손잡았다」란 제목아래 안동ㆍ상주지구 천주교신자 9백여명이 광주 망월동묘역을 참배한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20대의 버스에 분승, 차량마다「농사짓는 마음들은 호남 영남의 기쁨으로」「성체 안에 하나 되어」등의 현수막을 달고 광주에 도착하자 광주시민들은「동서(東西)가 얼싸안고 민족통일 앞당기자」는 플래카드로 맞아주었다고 한다.
영ㆍ호남인들이 이러한 만남은 직접 목격하지 않아도 참으로 흐뭇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마치 눈앞에 보듯이 생생히 그려 볼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영남과 호남지역이 대대로 이어오는 철천지한(恨)이 맺힌 것도 아니고 서로를 원수로 적대시할만한 사건도 없었건만, 왜 서로간의 만남이 그토록 어렵게 느껴졌는데 새삼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실지로 영ㆍ호남인들은 과거부터 서로를 배타시한 일이 없으며 지역을 초월해 서로 혼인하고 주거지를 자유롭게 정해서 살아왔다.
단지 정치적으로 호남인들이 푸대접을 받았던 역사나 최근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를 전후해 정치인들이 부추긴 지역감정으로 서민들은 본의 아닌 피해를 입어왔을 뿐이다. 소위 국민을 편안하게 살게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이나 당리당략을 위해 양 지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서로가 적대시하도록 만든 책임은 결코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치루기 전후를 비교해보면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소위「지역감정」이란 용어자체가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는가를 살펴보면 금새 깨닫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동ㆍ상주지역 신자들이 7월 17일 광주를 먼저 방문, 5ㆍ18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친교와 만남의 시간을 가진 것은 여간 다행스럽고 바람직한 일이아일 수 없다.
이 만남은 특히 우리 교회적으로 볼 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그 이유는 정치인들이 저지른 잘못된 일을 우리 교회가, 양지역 신자들이 솔선해서 해결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또 어쩌면 이 일은 결자(結者)가 해지(解之)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우리 교회만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른바「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진실된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거짓과 허위와 과장을 솔직히 털어버리고, 또한 서로 간 다소의 오해나 상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앞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로간의 용서와 화해는 인간적으로만 생각하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바로 이 인간적인 불가능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것이 성체(聖體)임을 우리 신앙인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성체는 용서와 화해의 모델일 뿐 아니라 일치와 화합의 화신이며 우리 모두가 하나 되는 원동력임을 우리는 믿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교회가「성체」를 모시고「성체」안에서 영ㆍ호남지역감정해소에 적극 앞장서야할 것이다.
이 기회에 참으로 경계해야할 일로서, 앞으로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서울과 지방간의 지여감정을 미리부터 줄여나가는 노력을 촉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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